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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였더니 더 많은 죽음을 막았다국회서 간호사 배치수준 강화 방안 논의...외국에선 법제화 통해 배치기준 강화
지난 6월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간호의 질 향상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라포르시안] "간호사의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은 환자 사망률을 낮추는 등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실제 호주 퀸즐랜드는 간호사 인력 배치 수준을 학대한 이후 환자 사망률을 12%나 낮췄다. " (린다 에이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간호대학 및 사회학과 교수)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은 환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이직을 감소시키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제임스 뷰캔 영국 퀸마가렛대 교수)

"미국 간호사의 평균 나이와 근무연수는 각각 46.7세와 18.1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8.7세와 6.2년에 불과하다. 탄력근로제로 근무하는 시간제 간호사 비율은 미국은 전체 간호사의 27%지만 우리나라는 0.7%에 그친다."  (배성희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간호의 질 향상 방안 토론회'가 지난 12일 오후 이명수·김상희·기동민·윤종필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간호협회가 추진하는 간호사 배치수준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취지로 열렸다. 이를 반영하듯 토론회가 열린 국회 대회의실은 입추의 여지 없이 간호사들로 들어찼다. 

토론회에서 린다 에이켄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 30개국에서 동시에 진행한 '간호가 환자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에이켄 교수는 "간호사가 담당해야 하는 환자가 적정성보다 1명만 많아도 간호사 업무가 가중되고 재입원율이 상승한다"면서 "심부전과 폐렴, 심장마비 환자는 9%, 고관절·무릎관절 치환술 환자는 8%, 일반 수술환자는 3%, 어린이 환자는 11%가 각각 재입원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에이켄 교수가 소개한 칠레의 사례를 보면 간호사 한명 당 14명을 돌볼 때는 400명의 목숨을 건졌지만 돌보는 환자 수를 8명으로 줄이자 사망률이 크게 감소해 2762명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가 나왔다.

에이켄 교수는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를 초과하면 이로 인해 환자는 통증, 고통, 죽음을 맞게 되고 의료비를 증가시킬뿐 아니라 의료 생산성을 저해하는 등 환자와 병원, 정부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간호사 인력을 보조인력으로 채우면 간호사의 사기 저하는 물론 보조인력에 대한 지도 감독으로 인해 업무를 가중시키고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자인 제임스 뷰캔 영국 퀸마가렛대 교수는 "간호사의 높은 이직율은 환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면서 "간호사에게 주어진 고강도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높이므로 간호사의 이직을 줄이는 조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뷰캔 교수는 "실제로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영국 연방에서는 간호사 배치 기준 강화를 위해 법률이 제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성희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한국의 열악한 간호환경의 현실을 짚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 병원은 43.6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5.7명), 스웨덴(5.4명), 노르웨이(3.7명)와 비교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간호사 1명 대비 과도한 환자 수는 간호사에게 장시간 근무나 초과근무, 높은 업무 강도, 충분하지 않은 휴게시간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병원은 떠나게 함으로써 인력수급 불균형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 배치 강화 방안으로는 기준을 준수하는 않은 병원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의료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거나 병원인증평가에 간호사 정원기준이나 배치기준을 항목으로 포함시켜 충족하지 않을 경우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배치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행에 옮기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했다. 

송재찬 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활동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데 유휴 간호사의 상당수는 간호와 관련된 유사직종에서 일하고 있다"며 "병원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간호사 면허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공급 확대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간호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지는 만큼 적정한 수가 보상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송 부회장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간호사를 더 많이 채용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공급되려면 적정한 지불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배치 기준만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끝난 2020년 수가협상에서 1.7% 인상안에 도장을 찍었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적정 인력을 배치하겠느냐. 이런 부분까지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배치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간호사 배치 수준 강화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홍승령 간호정책 TF 팀장은 "최근 몇 번의 토론회와 현장 간호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위기감이 들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홍 팀장은 "간호사 인력 배치와 확충 현황은 물론 건강보험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의료인력 쏠림도 해소해야 한다. 인력 문제는 전체 시스템의 문제로, 적정 병상, 적정 규모 인력 등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면서 "이런 큰 그림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얼마까지는 책임질 수 있겠다는 공론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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