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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유치에 매달린 병원...직원들은 떠나고 싶은 병원보건의료 노동자 10명 중 7명 "최근 3개월새 이직 고려했다"
인력부족·직장내 괴롭힘 등 근무환경 열악..."환자안전·의료 질 저하 크게 우려"

[라포르시안] 병원들이 몸집 키우기를 통한 외부고객인 환자 유치에 매달린 사이 내부고객인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환경에 허덕인다.

병원은 점점 더 떠나고 싶은 직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 10명 중 7명이 “현재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이다.

간호사 중 상당수는 만성적인 인력부족 속에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리고 번아웃(burnout) 상태에 빠져 감정과 자긍심을 모두 소진한 채 병원을 떠나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병원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하는 간호사가 많다보니 한꺼번에 다 그만두면 남은 동료들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번호표를 뽑아서 사퇴 순서를 정하는 '사직 순번제' 방식이었다. 요즘은 하루 이틀 만에 퇴사를 통보하고 도망치듯 병원을 떠나는 '응급사직' 간호사가 많다. 병원의 업무환경 악화가 누적돼 이제는 더 참기 힘들 만큼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내부고객인 병원 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잦은 이직으로 인해 업무연속성이 떨어지고 의료 질과 환자안전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방사선사·임상병리사, 사무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상당수 보건의료노동자가 병원을 떠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6만6,974명 가운데 3만6,447명이 참여해 ▲임금 및 직장생활 ▲노동조건 ▲인력충원 ▲폭언-폭행-성폭력 ▲감정노동 및 직장 내 괴롭힘 ▲노동안전 ▲모성보호 등 7개 영역에 걸쳐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는 보건의료노조의 위탁을 받아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가 분석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8%가 최근 3개월 간 ‘이직에 대한 고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23%(8,314명)에 달했고, ‘가끔씩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만6,281명(45%)으로 집계됐다.

이직을 고려한 사유를 물은 결과(복수응답)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가 80.2%(2만72명)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2018년 실태조사에서는 1만6,899명(79.6%)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음으로 꼽힌 이직고려 사유로는 '낮은 임금 수준' 51.6%, '다른 직종/직업으로의 변경' 26.6%, '직장문화 및 인관관계' 25.9% 순이었다.

최근 3개월 간 이직 고려 사유(복수응답). 자료 출처: 보건의료노조

주목할 점은 직장생활 만족도에서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비율이 81.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인력수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임금과 승진 등 보상적 동기부여 요소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높아 전체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낮은 임금수준’이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건의료노동자의 업무만족도를 물어본 결과 ‘업무에 대한 자긍심’은 긍정비율이 75.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업무자율성 긍정비율도 65.9%, 능력의 발휘 62.7%, 업무장래성 58%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조건과 처우 속에서도 소위 ‘열정 페이’로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족한 인력수준과 열악한 근무조건, 불만족스러운 임금수준 등 중장기적 직업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높은 이직 고려율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보건의료현장의 노동강도를 살펴보기 위해 식사시간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조사 결과 업무로 인해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2018년 46.7%에 이어 올해도 47.5% 수준을 유지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21.8%에 달했고, 특히 간호사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63.2%로 가장 많았다.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비율도 31.3%에 달했다.

실제 평균 식사시간(이동 및 휴식시간 제외)은 5분 미만이 3.8%, 5~10분 미만 29.8%로 전체 응답자의 1/3 가량이 실제 식사시간으로 10분미만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의 지속을 위한 연차사용 관련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연차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연장근무에 대한 보상 없는 공짜노동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48.7%가 30분~90분의 하루 평균 연장근무를 한다고 답했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0.5%였다. 연장근무의 일부만 보상받는다는 응답자는 38.1% 으로 전체의 78.6%가 공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무에 대한 기록 여부에 대해선 56.7%가 기록되지 않아 시간외 근무 계산 근거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외 교육에 대해서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54.3%나 됐다. 

병원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안전사고 발생 위험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우려하는 인식도 컸다.

주요 직종별로 부서 내 인력 부족을 체감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85.9%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4.1%에 그쳤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88.6%가 '인력부족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방사선사(80.9%), 임상병리사(80.8%) 직종도 인력부족을 많이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부족 현상이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미치는 영향. 자료 출처: 보건의료노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악화되는 요소로는 노동강도 심화가 86.5%로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건강상태 악화 77.2%, 사고위험 노출 72.1%, 직원 간 갈등 53.9% 순이었다.

특히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건 인력부족으로 인해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이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의료·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81.0%에 달했다.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제공할 의료서비스 질이 저하되었다’ 80.1%, ‘환자, 보호자, 대상자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다’ 75.8%로 답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실태조사가 광범위한 조합원을 바탕으로 짚어내는 현장의 실태인 만큼 향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른 여러 대안마련에 직간접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노동현장의 접근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안전 및 직원안전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이에 노사와 정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나서서 환자안전병원·직원안전병원에 대한 시급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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