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 의료기관 수술·입원실 축소 추진에 외과계 우려..."전달체계 개선하지 않으면 공멸"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마련한 '의료전달체게 개선 권고문' 발표를 내년 1월 중순으로 미뤘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간의 협의와 조정이 필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5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발표 전 의협과 병협이 조율할 부분이 있어서 이달 중순 발표는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의협, 병협, 보험자, 의료이용자 등이 참여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을 마련했다.  

공개된 권고문은 ▲기능 중심 의료기관 역할 정립 ▲의료기관 기능 강화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 간 협력-정보제공 강화 ▲의료기관 간 기능 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합리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체계 마련 등 5가지 정책 권고를 담았다.

그러나 이 권고문(초안)이 공개되자 의료계 내에서 반발이 불거졌다. 

특히 경증 환자가 병원급에서 진료를 받으면 병원과 환자에 불이익을 주고 반대로 중증 환자가 의원에서 입원 또는 수술을 하면 의원과 환자에 불이익을 가하는 방법으로 전달체계를 기능별로 재분류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외과계열 개원가에서 일차 의료기관의 수술실과 입원실 축소·폐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외과의사회 등은 "단기간 입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 수술을  2차 또는 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것은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일차 의료기관에서 가능한 수술은 일차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발표 시기를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기능 개편으로 잡다 보니 의협과 병협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며 "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을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1월 중순에는 개선 권고문을 발표하고 정책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견 조율에는 추무진 의협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추 회장은 지난 21~22일 이틀동안 외과계와 내과계 의사회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당부했다. 

또 병원협회와도 만났고, 29일에는 의협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추무진 회장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비대위는 지난 23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문재인 케어'에 포함되는 사안이라 비대위에 권한이 있다. 추무진 회장이 나설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병원계도 불만이 크다. 

서진수 병협 보험부회장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보장성 강화 대책 관련 토론회에서 "전달체계의 핵심은 일차와 이차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의 주범은 상급종합병원인데도 상급종합병원의 낭비 요인을 억제할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20% 안팎의 본인부담금 조정을 통한 의료이용 억제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상급종합병원 쪽에서도 본인부담 가산금은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는 "정부는 대학병원에서 경증환자를 보면 진료비를 삭감하고 본인부담금은 높이겠다고 하는데, 실효가 없다. 경증환자를 진료하더라도 경증이 아닌 질환으로 코드를 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입장에서도 경증환자 진료하는 게 부담이다. 밀려드는 경증환자 때문에 정작 중요한 암 환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페널티보다는 진료 의뢰와 회송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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