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갑론을박' 속 거부감 높아...복지부, 발표 시기 늦춰

[라포르시안] "지금 굳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만들어야 합니까.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결국 규제와 의사들 간 경쟁만 남을 겁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개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 산하단체 2차 확대간담회’에 나온 발언이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지만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회원은 "권고문에는 3차병원으로 쏠림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고 규제만 들어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동수 비뇨기과 의사회장은 "권고문 내용을 보면 굉장히 추상적이다. 3차병원에서 경증환자를 진료하면서 전달체계에 혼란이 생겼다는 진단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권고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증환자들이 본인부담금이 무서워 3차병원에 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차의료기관의 입원 기능은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단기입원을 할 수 있는 외과계 의원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협의체에서 추가 논의를 통해 단기입원 기능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 산하단체 2차 확대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발언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관련 산하단체 2차 확대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발언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권고문에 명시된 '재정중립' 원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좌훈정 일반과의사회 부회장은 "권고문은 재정중립 원칙, 가치투자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차의료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면서 재정중립 원칙이 가당키나 하냐"며 "재정중립, 가치투자란 단어가 들어간 권고문에 절대로 서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협 대표로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임익강 보험이사는 "재정중립이라는 말은 총액 개념이 아니다. 환자 이동이 발생하는데 어느 진료과는 줄고 어느 과는 늘 수 있다"며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영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지 총액 개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임 이사는 '가치투자'란 용어가 권고문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일차의료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면 가산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예 개선협의체 논의를 중단하고 권고문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동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은 "권고문에 찬성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졸속으로 해서 잘되는 것 없다"며 "분열만 남고 나중에는 규제만 남아 의료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가 다시 살아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모든 현상은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한다. 의료전달체계개선협의체가 2016년 1월 만들어진 후 허송세월을 하다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라며 "따라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받아들이면 문케어에 대해 투쟁할 수 없고, 투쟁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권고문이 우리 동의 없이 올라가게 되더라도 급한 것은 정부"라며 "우리가 사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할 말이 있고 명분도 선다. 단결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었던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발표 시기를 다음주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금주 중 권고문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협 쪽에서 발표 연기를 요청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며 "그러나 시간을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시민단체 등도 참여하기 때문에 의료계의 의견이 모아지더라도 다른 단체가 동의해야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 의료계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시민·소비자·환자·노동단체 등의 동의를 거쳐야 권고문에 반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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