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의사회 '병원급 외래 축소' 요구에 병협 반발...회장선거 앞두고 의료계 내부 견제도 심해져

[라포르시안] "국민의 의료선택권과 접근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진단명 기준으로 의료기관 선택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국민 건강권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지난 10일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병원이 외래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 의원도 입원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외과계 의사회의 요구에 대해서 '수용 불가'를 천명한 것이다.

병협은 또 "해당 기능별 의료기관에 환자의 질병 치료에 적합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도록 해 환자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과계 의사회가 권고문에서 '입원실과 수술실이 있는 외과계 의원을 이차의료기관으로 분류해 그에 맞는 시설과 인력, 장비, 운영기준 등 환자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항목을 '환자안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열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 소위원회에서는 외과계 의사회의 5대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의협과 이를 저지하려는 병협 간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협은 내심 병협의 양보를 기대했지만 반대입장 발표로 물거품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협 내부 상황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서 집행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국가 의료공급 시스템의 백년지대계로 충분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하다. 의료공급자들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강행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적극적인 이유는 '문재인 케어' 강행의 필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케어와 연결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도 대의원회에서 수임한 비대위 소관 업무이니 의협 집행부는 개선 논의에서 손을 떼라는 메시지다. 

의협 집행부가 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강행하면 추무진 회장을 탄핵하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비대위는 "추무진 회장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인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강행하는 것은 불신임 사유에 해당한다. 의협은 전달체계 개선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협 대의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집행부는 회원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비난하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문재인 케어'와 맞물려 있으므로 이에 대한 협의도 집행부가 아닌 비대위에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대의원회는 "의료계 대부분의 직역 단체와 학회, 비대위, 교수협의회까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음에도 집행부는 권고안 제출과 재정중립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회원의 권익을 수호해야 할 집행부가 마치 공무원처럼 앞장서서 회원을 설득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의협 내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회장선거를 앞두고 3선을 노리고 있는 추무진 회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 같다"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등 의료 현안을 선거 쟁점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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