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중심 의료기관 역할 정립 등 담아..."복지부, 12월 말 권고문 확정해 발표"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에서 마련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이 공개됐지만 의료계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는 12월 중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5일 대한개원의협의회·각 학회·각과 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연석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마련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문(안)'을 공개했다. 

개선 협의체에는 의료공급자, 의료이용자, 공익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임익강 의협 보험위원장은 "협의체는 앞으로 2차례의 소위원회를 열어 초안을 수정기로 했다. 복지부는 12월 중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그러면 정부는 권고안에 따라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권고문은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서는 '헌법'과 같은 위상을 갖는다"고 말했다. 

공개된 권고문은 ▲기능 중심 의료기관 역할 정립 ▲의료기관 기능 강화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 간 협력-정보제공 강화 ▲의료기관 간 기능 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합리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체계 마련 등 5가지 정책 권고를 담았다. 

우선 기능 중심으로 의료기관 역할 정립을 위해 의원급은 외래 및 경증환자 중심으로, 병원급은 입원 및 중증환자 중심,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와 수련기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내과계 의원 ▲근접관찰을 통해 경증수술을 하는 외과계 의원(외과, 산부인과 등) ▲마이너 서저리를 하면서 만성질환관리도 가능한 전문의원(이비인후과 등) 등 기능별로 전달체계를 정립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제 기능에 맞는 역할을 유도하기 위해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수가 등의 불이익을 주고 환자 본인부담금도 10% 가량 올려 자율규제를 유도하기로 했다. 

반대로 의원서 중증환자를 진료해도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같은 방식의 불이익을 받는다.

임익강 위원장은 "의원과 병원의 기능 정립을 두고 의협과 병협 간의견 충돌이 있었다. 보상은 심층진찰료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과 의료인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를들어 '행복의원'이란 곳에 가면 무슨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의사 이름, 전문과목, 전문인력 현황 등 정보 공개가 이루어진다. 

임익강 보험위원장은 "애초 협의체에서 국가고시 성적도 공개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의료이용자 쪽에서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아 제외됐다"고 전했다. 

환자중심 의료를 위해 의료인-의료인 간에만 허용하고 있는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의료기관-의료기관 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MRI 등 영상정보도 종별 공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평적 또는 수직적 진료 정보 및 환자 의뢰 회송 때 관련 수가를 적용한다. 

의료기관 간 기능 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특히 공급 과잉으로 평가되는 급성기 병상 신증설 억제를 위해 별도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상시적 추진체계가 가동된다. 

임 위원장은 "지난 수십 년간 의료전달체게 개선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만들자는 공감이 있었다. 권고안이 시행될 때까지 상시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수정하고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추가로 재정이 필요하면 요구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문 그대로 시행되면 일대 혼란 불가피"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사회와 학회 소속 보험이사들은 권고문 초안 내용에 강하게 반발했다. 

각 개원의사협의회와 학회 보험이사들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안)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한 데 짧은 시간에 내용을 숙지하고 의견을 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이 자리에서 검토하라는 식이라면 퇴장하겠다"며 반발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권고문이 상대가치와 연계될 수 있고 방대한 내용인데, 이 자리에서 어떻게 논의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게 확정된 안이고 고칠 수 없다면 퇴장하겠다"며 반발했다. 

정신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경증환자는 의원, 중증환자는 병원급 개념인데 정신과는 경증과 중증의 구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부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권고문 초안을 보면 인력의 적정화와 장비 품질관리 강화라는 부분이 있다"며 "이게 혹시 간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각종 의료장비에 사용 연한을 두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성형외과학회 보험이사는 "성형외과의 경우 개원의는 비급여 진료, 병원급은 보험환자 위주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권고문이 그대로 시행되면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증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부분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상의학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권고문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의원급에 불이익을 주자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권고문에는 3년 안에 의원급 병실을 퇴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의사회 보험이사는 "동네의원의 입원 기능을 없애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과의사회 보험이사도 "권고문의 내용을 보면 '관리'를 하는 것이 목적이지 전달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강하게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발이 거세지자 임익강 보험위원장은 이미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과의사회 등의 의견을 받아 권고문을 마련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임 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지난 2015년 의협서 TF를 꾸려 논의하고 대개협과 각과 의사회, 시도의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반영해 협회 안을 만들었다. 협의체는 그 안을 토대로 논의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권고문을 공개한 이유는 추가로 검토하거나 보완할 내용을 지적해달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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