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개 공립요양병원 중 절반 민간 위탁운영..."관련 법 없어 지자체와 다양한 갈등 초래"

[라포르시안] "병원을 위탁 운영하기위해 땅을 기부체납하고 건축비도 댔다. 지자체에서 나중에 수탁자가 바뀔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미리 알려줬다면 기부체납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립치매요양병원 위탁 운영자들은 조례와 협약서의 불평등한 제약을 많이 받고 있다.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내용이 많지만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하는 실정이다. 언제 계약이 해제될지 항상 불안하다.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운영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립치매요양병원들이 지방자치단체와 '갑을관계'에서 벗어나 안정된 환경에서 치매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공립치매요양병원 발전방향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공립치매병원 위탁 운영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은 정부 차원에서 법적인 보호장치 마련해 공립치매요양병원 위탁 운영자들이 안정적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립요양병원협의회(회장 김선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78개 공립요양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병원 부지를 기부체납하고 건축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 위탁 운영자들이다. 

그런데 민간 위탁 운영자를 보호할 마땅한 법률적 규정이 없고, 적용 조례와 협약 내용이 달라 지자체와 다양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원은 "공립치매요양병원 관련 법이 없어 설립과 운영은 전적으로 지자체마다 상이한 조례에 달려 있고, 위·수탁에 관한 표준화된 지침이 없어 수탁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지자체에 유리하도록 협약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설립 당시 투입된 재원을 공공과 민간이 같이 부담하다 보니 소유권에 대한 갈등도 빈번하다. 

수탁법인이 바뀔 경우 고용 승계 불안정으로 인해 수많은 근로자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립요양병원 관련 법을 제정하고, 이들 요양병원의 운영과 기능, 역할에 대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런 조치는 공립치매요양병원이 직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발제 내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 노인정책과장은 "공립치매요양병원이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법적인 근거도 없고 체계적인 지원도 받지 못해 제대론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면서 "법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는 공립치매요양병원이 당면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장은 "치매국가책임제 아래서 치매 환자를 체계적으로 보살피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곳이 치매안심병원이고, 그 역할을 공립치매요양병원이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이 과장은 "지자체나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해 병원의 운영이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긍정을 표시하고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치매환자 진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운 지원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립요양병원들은 지난 20년간 법적 근거도 없이 운영되어 왔다"며 "이들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각종 예산 지원과 법적 지위가 보장되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의원 입법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 의원은 "공립인지 민간인지 모르는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그간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를 하겠다고 한 만큼 시의적절하게 오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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