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홍선 대한비뇨기과의사회장

[라포르시안]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한 쪽은 수술(surgery) 분야다." 

지난 27일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추계 학술대회가 열린 더케이 호텔에서 어홍선 회장을 만났다.

어홍선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 방향은 내과 등 메디컬 파트에 집중되어 있다"며 "정책 방향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데 비뇨기과의사회가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어 회장은 "내과 쪽은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바로 바꿀 수 있지만 수술을 주로 하는 외과 쪽은 그게 안 된다. 이미 수술할 의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고착화 하기 전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은 내과 분야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고혈압 당뇨병 관리 시범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수술을 주업으로 하는 진료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대형병원 쪽으로 몰렸다. 수술을 하는 동네의원들이 정책에서 장기적으로 소외되다 보니 비뇨기과를 비롯해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 대부분의 진료과가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어 회장은 "문제는 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진료과는 바닥을 치고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데 비뇨기과는 전혀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비뇨기과학회 이사장이 전공의 정원을 82명에서 50명까지 줄여놓고 노심초사하느라 2개월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라고 하더라. 그러나 줄어든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은 2012년 47%를 기록한 이후 2013년 44.8%, 2014년 26.1%, 2015년 40.2%, 2016년 29.3%로 26개 진료과목 가운데 가장 낮다.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비뇨기과 폐업률(신규 개원 대비 폐업 비율)은 2009년 51%에서 2012년엔 127.6%로 급상승했다. 병원 10개가 문을 열면 12곳은 문을 닫는다는 것인데, 비뇨기과의원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전공의 정원이 찬다고 해서 사정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전달체계가 없고, 수술 관련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달체계와 관련해 "비교적 단순하고 가벼운 수술은 큰 병원에 가지 않고 동네 비뇨기과에서 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런 체계가 없다 보니 큰 병원으로 몰려간다. 그러나 정작 큰 병원들은 그런 환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수가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시스템으로 계산하면 낮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화기 내시경과 방광 등 비뇨기과 내시경을 비교하면 비뇨기과의 내시경 수가가 더 높다. 그러나 위장내시경은 연간 수백만 건이 시행되지만 비뇨기과 내시경은 위장내시경의 100분의 1도 안된다. 그렇다고 기계값이 싸다거나 유지비용이 낮은 것도 아니다.

어 회장은 "비뇨기과를 살리려면 유병률과 난이도를 반영해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수술도 35만원인데, 적어도 100만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인 수술에 대해 수가를 가산해주면 노인 환자 관리에 가장 큰 애로인 배변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에 대해서 비정신과 의사의 처방일수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처럼 비뇨기과 전문의약품에 대한 처방권 제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어 회장은 "요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의 처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SSRI처럼 비뇨기과에서 주로 처방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의사가 없으면 큰일나는 줄 안다. 하지만 비뇨기과 의사가 없더라도 죽지는 않는다고 여긴다"며 "그러나 비뇨기과 의사가 없으면 정말로 큰일난다. 비뇨기과가 제대로 대접받고 활성화 하도록 학회와 함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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