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전 한양대 교수·김관옥 경민대 교수 공동연구

[라포르시안] 실손형의료보험은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과 비급여 진료에 따른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충형 보험의 개념으로 도입됐다.

실손형의료보험은 짧은 기간에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인식될 정도로 커졌다.

그런데 실손형의료보험이 가입자들의 개인의료비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한 실증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실손의료보험이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입증한 연구결과란 점에서 주목된다. 김관옥 경민대학교 보건행정과 교수와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달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신영전 교수와 김관옥 교수는 이번 연구를 위해 한국의료패널 7차년도(조사기간 2012년 2~7월)와 9차년도(조사기간 2014년 3~9월) 데이터를 이용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72명)과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184명), 그리고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 집단(7406명, 6,906명)의 의료비용 부담 변화를 분석했다.

정액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2012년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 중 2013년에 신규로 정액보험에 가입 후 2014년까지 가입 상태를 유지한 가구원이 분석 대상이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 2012년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 중 2013년 신규 실손보험 가입 후 2014년까지 가입을 유지한 가구원이, 그리고 미가입자 집단은  2012년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 중 2014년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 가구원을 분석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자 집단의 가입 전후(2012년과 2014년 시점)를 기준으로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보험자 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비급여 등의 증감을 파악한 후 이중차분법(difference-in-differences)을 이용해 각 집단간 순수한 의료비 변화를 분석했다. 

자료 출처: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김관옥 경민대학교 보건행정과 교수, 신영전 한양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논문 중에서.  표 제작: 라포르시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의 경우 가입 이후 보험자 부담금과 비급여 등의 지출 증가 폭이 상당히 컸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보험자 부담금은 31만4,232원이 더 늘었고, 법정본인부담금도 가입자 집단이 1만3,062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의료비 역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26만1,067원을 더 지출했고, 교통비를 포함한 처방약값 지출도 3만7,106원이 더 늘었다. 

이를 모두 더했을 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총의료비(건보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비급여 , 교통비)로 64만1,198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과 비교했을 때 의료비의 유의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과 미가입자 집단에서 보험자 부담금은 가입자 집단이 가입 전과 비교할 때 14만9,452원이 더 줄었고, 법정본인부담금도 3만5,062원이 더 줄었다. 

비급여 의료비 지출의 경우 정액형 가입자 집단이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4만3,648원이 더 늘었고. 교통비(간병비)를 포함한 처방약값은 정액형 가입자 집단이 미가입자 집단보다 5,566원이 더 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의료비는 정액형 가입자 집단이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가입 이후 13만4,414원이 더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신규 정액의료보험 가입자는 미가입자에 비해 의료비의 유의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정액형 의료보험 가입자 집단 간의 의료비 변화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정액형 가입자에 비해 보험자 부담금이 가입 전후로 45만4,531원이나 늘었고, 법정본인부담금은 4만7,347원이 늘었다.

비급여 의료비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이 정액형 가입자 집단과 비교해 가입 이후 22만6,866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 총의료비의 증가 폭 차이는 상당히 컸다. 가입 전과 비교할 때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정액형 가입자에 비해 총의료비로 77만6,017원을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분석 대상자들의 입원과 응급 의료비가 제외됐고, 실손형의료보험 가입자의 수가 적어 대상자의 특성을 연구결과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비급여 의료비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연구진은 "이제까지 실손의료보험의 신규 가입이 비급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비급여 변수를 이용해 신규 실손의보 가입이 비급여 진료비에 미친 영향을 검증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신규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은 개인의료비와 국민건강보험재정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의료비 지출 증가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대처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전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민간의료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고, 이 때문에 국민들이 더 많은 건강보험료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전국민의료보험 체계에서 실손형의료보험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상품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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