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민간보험 활성화와 의료영리화 초래"

[라포르시안]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3일 성명을 내고 "민간보험 활성화와 의료 영리화 길 터주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고용진 의원은 실손보험료 청구를 요양기관이 대신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험노조는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청구를 병의원 등 요양기관이 대신하고 공적 국민건강보험 청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계시스템을 활용하고 실손보험 심사까지도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민간보험사와 심평원이 끊임없이 시도하고 모의해온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 법안은 국세청이 재벌회사에게 수수료를 받고 세금을 가장 적게 낼 수 있도록 업무를 대행해주는 꼴과 같다"며 "세계 어느 국가도 공적 목적으로 설립된 심사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심사를 대행해주는 국가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하는 건 의료영리화와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건강보험노조는 "보험 사기나 부당청구를 거르는 것은 민간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몫"이라며 "공보험인 건강보험에 의해 만들어진 심평원의 심사와 평가 체계기반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민간보험사를 공보험의 지위와 동등하게 만들어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의료영리화의 길을 닦아주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17년회계연도 결산 분석’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17년회계연도 결산 분석’

현재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따라 연간 운영 예산 중 약 80%를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부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작년 8월 공개한 ‘2017년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건보공단이 심평원에 지급한 건강보험부담금은 총 2조4,393억원에 달했다.

건강보험노조는 "심평원은 공단으로부터 국민의 보험료로 매년 4,000억원의 돈을 받아가고 있다"며 "이는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성 강화에 매진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일익을 담당하라는 뜻이지 민간보험사를 기웃거리며 조직의 힘을 키우하고 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금융당국과 민간보험사와 심평원의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명칭을 빼고 심평원이 심사전문위탁기관으로 가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건강보험의 가치와 질서의 근간을 해칠 목적이 분명한 본 법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실손의료보험료를 의료기관이 청구대행하도록 하는 법안에 의료계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지난달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민편의 증진이 아닌 의료기관에 행정 부담을 전가하는 위헌적 입법이며 보험회사 특혜 법안"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손보험 청구대행 법안은 가입자의 진료비 내역과 민감한 질병 정보에 대한 보험사의 정보 축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양 단체는 "실손보험회사는 대행 청구로 진료정보가 전산화돼 진료비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등을 통해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 내역과 질병 정보에 접근할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며 "이를 근거로 민간보험사는 관련 질병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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