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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바라보는 민간보험업계, 웃을까 울까비급여 표준화·통제기전 마련..."실손보험 시장 고착·안정화 될 것" 우려 높아

[라포르시안]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누가 더 많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6년 건강보험 주요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인구는 총 5,076만명에 달한다. 여기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를 제외하면 실가입자 수는 약 3,043만명 정도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얼마나 될까.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인원은 총 3,265만명이다.

2016년 11월 한국신용정보원이 공개한 실손의료보험 통합 집계·분석 자료를 보면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가 3,45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실손의료보험이 더 많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아니라 '전국민 실손의료보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이렇게 많은 건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에 발생하는 '재난적 의료비' 부담 때문이다. 큰 병이라도 걸리면 각종 비급여 검사와 치료 등으로 의료비 폭탄을 맞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가계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OECD 평균(19.6%) 대비 1.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2007년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출시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았다.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르면 미용성형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로 전환하고, 다소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항목은 본인부담을 차등 적용하는 ‘예비급여’로 건강보험에 편입해 관리한다.

예비급여 항목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50, 70, 90%까지 차등 적용해 3~5년 후 평가해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가 추산한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약 3,800여 개 항목이다.

정부 계획대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경감되고 비급여 관리기전이 강화되면서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실손의료보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실손의료보험의 전망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궁극적으로 실손의료보험을 유지하거나 가입할 유인책이 사라져 궁극적으로 상품 자체가 사실질 것이란 전망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지면 굳이 비싼 보험료를 내고 실손의료보험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문 정부가 제시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면 오히려 실손의료보험 상품 판매가 더 안정화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예비급여를 도입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이 50~90%에 달해 환자가 내야할 의료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비급여에서 예비급여로 전환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기전 아래로 들어가게 된다.

민간보험업계가 가장 반길 일이다. 앞서부터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왔던 터다.

비급여가 급여, 또는 예비급여로 전환되면 그만큼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들고, 심평원의 심사를 받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기전 아래 놓이게 된다. 민간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단계인 예비급여 도입 방식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실손의료보험 시장을 고착화 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0일 "(정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실손보험에 대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고착화할 위험성이 있다"며 "현재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전환해도 이 예비급여에 속하는 (지금까지의 비급여)의료비에 대한 부담률은 여전히 50~90%에 달해 실손보험시장이 고착화되고 심지어 안정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민영보험사들은 비급여진료비도 심평원에서 심사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이제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만들면 이를 심평원에서 심사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예비급여는 민간보험사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하는 루트로 이용될 수 있다. 건강보험 강화안이 아니라 ‘실손보험 안정화 방안’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도 예비급여 도입이 민간보험사에 이익을 안겨 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는 대형 실손 보험사에 엄청난 이익을 초래하며 국민에게는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며 "급여화에 따른 반사 이익을 재벌 보험사가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거나 의료수가 정상화에 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본인부담이 50~90%에 달하는 예비급여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예비급여가 환자 본인부담 50~90%라 보장성 확대 효과는 없고 자칫 민간보험사에 유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예비급여로 비급여 관리기전이 강화되면 이게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관리에 이용될 수 있다"며 "예비급여 항목에 대해서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손의료보험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돼도 실질적인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 효과는 제한적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려면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험재정 확충을 전제로 훨씬 더 적극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0일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도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과 환자들의 일정 부분 추가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건강보험료 인상, 국고지원액 확대, 건강보험 부과체계 효율적 운영,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 공론화’ 어젠다도 과감하게 던져 지금부터라도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관련 논의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의 획기적인 강화가 오히려 국민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보장성의 획기적 강화는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라며 " 건강보험 보장이 확대되면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민간의료보험에 의지할 필요가 없으므로 가구당 월 평균 28만원에 이르는 민간보험료 지출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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