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동아·일동제약 등…“창업주 1세대와 달리 해외시장 확장에 주력”

[라포르시안] 120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이 '4세 경영시대'를 맞이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도 창업주의 바통을 이어 받은 2·3세 경영이 활발하다. 두산그룹 못지않게 국내 제약기업 가운데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제약기업이 적지 않다. '까스활명수'와 '까스명수'로 유명한 동화약품과 삼성제약 등이 대표적이다.두산이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이라면 이듬해인 1897년 설립한 동화약품은 두 번째로 오래된 국내 기업이다. 그리고 1926년 설립된 유한약행과 1929년 설립된 삼성제약도 8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의 제약기업이다.

역사가 오랜된 만큼 국내 제약기업 가운데 2~3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곳도 적지 않다. 두산그룹처럼 4세경영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오너 2·3세들의 경영참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허은철 녹십자 사장(44·3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52·3세),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54·2세),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47·2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48·3세),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58·2세)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녹십자 허은철 사장의 경우 올해 ‘홀로서기’에 성공할 지가 관심이다. 녹십자는 오는 11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그동안 부회장과 대표이사를 맡은 조순태 사내이사 재선임을 종료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부터 조순태-허은철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허은철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의 손자인 허 사장의 본격 경영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혈액분획제제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 미국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린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4남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의 경우 올해 국내 신제품 출시를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아셀렉스’, ‘바라클’과 최근 출시한 당뇨병치료제 신약 ‘슈가논 정’의 시장 안착에 주력한다.

동아ST는 올해 아라네스프 바이오시밀러(DA-3880) 유럽 임상 3상에 돌입하고, 천연물의약품(DA-9801)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3월 말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임상 3상 진행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지난 2014년 3월 사장에 오른 일동제약 윤웅섭 사장은 첫 경영시험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 창업주 윤용구 회장의 손자다.

지난해 출시한 비만치료 신약 ‘벨빅’을 1년여만에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벨빅은 지난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보다 14.1% 늘어난 4,73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침착한 대응으로 조기 수습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경영권 분쟁 당시 허은철 사장과 ‘파워 게임’을 펼치면서 오너 3세간의 기싸움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신약개발 수출 ‘대박’을 터트린 한미약품도 오너 2세 경영승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임종윤(44) 씨는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남인 임종훈(39)씨는 계열사인 한미IT 대표를 , 장녀인 임주현(42) 씨는 한미약품 전무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 이은 국내 최장수 기업인 동화약품의 경우 창업주인 故 윤창식 명예회장의 손자 윤도준 회장이 2008년 취임한 이후 이미 안정적인 3세 경영체제로 돌입한 상태다. 

제약업계 한 임원은 “오너 2,3세들은 내수시장에서 안주하던 창업주 1세대와는 달리 일찍부터 해외에서 신약관련 연구개발 및 글로벌 마케팅 등 ‘엘리트 교육’을 받으면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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