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국감 이슈 질의로 지방의료원 운영 문제 제시
김영완 지방의료원장연합회장 “코로나 후유증 아직까지 앓고 있어”

[라포르시안]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방의료원 운영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에서 보건복지위원회와 관련해 지방의료원 운영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현안을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 정부의 정책 성과와 책임을 국민 눈높이에서 검증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발간사에서 “국정감사가 현안 검토를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과 성과를 따져 묻는 것이 핵심적 기능이라고 판단했다”며 “올해는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이라는 제목처럼 문제점과 개선책을 정부 입장에서 제시하기보다 국회가 ‘좋은 질문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건복지위원회 질의로 포함된 ‘악순환 속의 지방의료원,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항목에서 지방의료원의 현황과 구조적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지방의료원의 인력난, 재정난, 제도적 한계 전반을 국정감사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렸으며, 중앙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집중적으로 묻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지방의료원은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21~2025)’에 따라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시·도 단위 진료권 네트워크의 핵심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작은 규모 ▲부족한 시설·장비 ▲인력난 ▲재정 악화 등 복합적 문제로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35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병상가동률 60%를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직 정원 역시 2024년 말 기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료원 의사직 정원 1,441명 중 현원은 1,343명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2023년 기준 지방의료원은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15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전체 적자 규모는 1,600억 원에 달했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은 ‘2005년 지역거점공공병원 육성 정책’에 따라 거점병원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진료과목 수, 병상 규모, 진료역량 측면에서 그 역할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는 인력 지원, 시설·장비 보강, 운영 및 경영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의료인력 수급난 속에 시니어의사 지원사업을 통해 13개 시·도 32개 기관에 75명이 근무 중이나, 의료취약지 병원은 7곳에 불과했고 필수의료과 전문의는 26명(35%)에 머물렀다. 국립대병원 소속 의사가 지방의료원에서 진료와 수련을 맡는 공공임상교수제 역시 정원 충족률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지원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병원 경영혁신 지원사업 등을 통해 약 1,000억 원을 투입했으나 의료원별 지원금은 최대 32억 원 수준에 그쳤다. 설립·시설·장비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지만 운영비는 대부분 지자체 몫으로, 각 지자체 재정 여건과 정책 의지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정부에 던질 질문도 제시했다.
먼저 지역 공공의료 거버넌스의 복잡한 구조를 문제 삼았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지역책임의료기관, 포괄2차 종합병원 등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각각의 핵심 기능과 차이를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지방의료원에 포괄2차 종합병원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면,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현재 그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자체 차원의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도 주요 질의 대상이 됐다. 최근 부천시가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지자체에서 공공병원 확충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도 20개소 이상 신·증축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중앙정부의 단기 및 중장기 확충 계획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공공병원 설립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강조되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한계도 지적하며, 정부가 이미 경제성 외에 공공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하도록 평가 기준을 개선했다고 밝힌 만큼 지방의료원 설립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의지가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공공병원 확충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닌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과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맡았던 점도 질의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의 혁신계획을 제출받아 평가 결과를 근거로 지원금을 배분했지만, 실제로 지방의료원에는 결과와 등급만 통보돼 평가의 공정성이나 향후 운영 개선 방향을 알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이번 평가를 통해 지방의료원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또 의료원들이 제출한 혁신계획이 정부의 혁신 방향과 일치했는지 여부, 만약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혁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보고서에 담았다.
지방의료원 표준운영지침 개정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침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고, 국립중앙의료원도 설립 목표와 총칙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성남시의료원이 대학병원 위탁운영 승인을 요청한 상황에서, 표준운영지침에 공공병원의 대학병원 위탁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보건복지부가 표준운영지침 개선에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나아가 중앙정부가 지방의료원 운영 전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완 지방의료원장연합회회장 “코로나19 당시 국가가 역할 강제…누적 적자 정리부터”

한편, 지방의료원들은 모든 질문에 앞서서 지방의료원 혁신에 앞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국가가 해결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당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적자가 누적된 만큼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지방의료원장연합회 김영완 회장(서산의료원장)은 18일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지방의료원의 재정 악순환 문제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적자 누적을 국가가 정리해주고 나서야 공공의료 혁신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완 회장은 “법이나 규정, 제도들이 현장과 잘 융합되지 못한 채 실행되고 있다. 현장의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이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코로나19 후유증을 아직까지 앓고 있다. 정부는 충분히 지원해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방의료원들의 상황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전체 의료원의 적자는 국가 예산에 비하면 큰 돈이 아니다. 한 번에 정리해주고 먹고 살게 해준 뒤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 지방의료원 상황은 이미 의료대란이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절규하는 심정으로 부탁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의료원 상황은 강릉의 가뭄과 같다”며 “강릉이 극심한 가뭄을 겪을 때 최소한 생수 몇 병이라도 공급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듯, 지방의료원에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말에 정말 큰일이 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의료원은 약품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은행권 차입으로 운영하지만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의료원은 은행 빚마저 얻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앞으로 또다시 팬데믹이나 국가적 의료재난 상황이 오면 의료원장들이 모두 사퇴하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가 원인 제공을 한 만큼 한 번은 책임지고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료원이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을 논의할 수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선 지방의료원의 생존에 대한 본질적 물음과 해답이 반드시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 적자 시달리는 국립대병원,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심점 역할을 하려면?
- 내년 복지부 예산 137.6조...의료인력 양성·지역·필수·공공의료 등 집중
- [in-터뷰] “올해 말쯤엔 전체 지방의료원 절반서 임금체불 생길 수도"
- 삭감한 전공의 예산 복원하고, 지방의료원 지원예산 늘렸다
- [현장에서(3)] 코로나 영웅이라더니...돌아온 건 자부심과 명예 아닌 임금체불
- '체불임금 제로·공공의료 강화' 공약한 李정부, 지방의료원 임금체불 사태는?
-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의 대가가 이건가"...임금체불 내몰린 지방의료원들
- "공공의료는 선택이 아니다!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
-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기금·인력·거버넌스 동시 구축 추진해야”
- 올해 보건의료 분야 국감 주요 과제는?...의료대란 책임 공방 예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