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서 정책패키지 수립 논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의료전달체계 확립 속도감 있게 추진”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자긍심 있는 의사가 근무하는 활기찬 필수·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이라는 비전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비롯해 경증환자의 상급의료기관 및 응급실로의 불필요한 쏠림 제한 등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2일 제16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필수의료·지역의료 미래 비전과 정책 패키지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송양수 의료인력정책과장, 임강섭 간호정책과장, 강준 의료보장혁신과장이 참석했다. 의협 측에선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 박진규 의협 부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함께 했다.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15차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협은 필수의료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될 것인가 논의를 시작했고, 10년 후를 내다보는 그랜드 플랜과 비전을 제시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가졌다”며 “의료인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과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이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삼아서 대한민국 의료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유인책도 없고 동력도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유를 살펴보면 과도하게 업무량이 많아서 번아웃되는 상황과 노력에 비해 다른 의료시장과의 보상 수준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말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료인의 가슴을 뛰게 할 비전과 보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인 상황과 직업적 전망, 편안한 근무 환경도 중요하지만 자긍심을 가지고 의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직업 선택의 가장 큰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해야 할 일은 자긍심 넘치는 근무환경과 활기찬 필수·지역의료 환경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요인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10년 후에 대한민국의 보건의료가 튼튼하게 서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혁신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적정 보상체계 마련,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지역과 필수의료 의사 인력이 재배치 및 확충 방안을 만들기 위해 의사협회와 의견을 나누고 깊이있는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대표로 모두 발언에 나선 이광래 인천시의사협회장은 의대정원 증원 논의를 위해선 과학적 근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광래 회장은 “최근 의대 정원과 공공의대 설립 이슈가 넘쳐나고 있다. 수 없이 많은 국민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의대정원 증원을 외치고 있고, 국민은 거주 지역에 의대 설립을 원하고 의대가 없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신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과연 이런 환경에서 실시한 (의대정원 증원)여론조사가 의미가 있을까, 이런 여론에 따라 의대 증원과 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서남대 의대가 주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서남대 의대 설립 후 남원시가 발전되고, 서남대학교가 발전하고, 전라북도가 발전했는가”라며 “의대 설립은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고 많은 기초학교실 임상교수도 필요하며 부속병원도 필요하고, 매년 적자를 보존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빅5 병원에 가기 위한 수서역의 환자,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섬에서 발생한 심근경색증 환자에 대한 문제가 의대 정원의 근거가 될까”라며 “의대 정원 증원에 동의하는 연구, 반대하는 연구가 공존하는 상태에서 증원에 동의하는 연구만을 기준으로 하는 정책 결정이 옳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협은 오직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서 의대 정원을 책정하고, 증원으로 인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된다면 증원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의사협회 서정성 총무이사.
사진 왼쪽부터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 의사협회 서정성 총무이사.

모두 발언 이후 의료현안협의체는 2시간에 걸친 비공개 회의를 가졌으며, 회의 후 복지부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과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가 브리핑을 진행했다. 

김한숙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제16차 회의에서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제15차 회의 결과에 따라 필수·지역의료 미래 비전과 정책 패키지 수립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며 “복지부와 의협은 자긍심 있는 의사가 근무하는 활기찬 필수·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와 제도 개선에 필요한 중장기 과제로 나눠 접근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상급 의료기관 및 응급실은 응급·중증 필수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증 환자의 불필요한 쏠림 완화, 올바른 의료 이용에 관한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회송 제도 개선 등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필수·지역의료 분야로 의사 인력이 재배치 및 확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논의를 통해 신속하게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과장은 “복지부와 의협은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개설 제한 등 합리적인 병상 정책 마련을 위해 법제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병원의 인력 구조 개편 등 전문의 중심의 병원 일자리 창출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개선 방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며, 현지조사와 행정처분과 관련된 의료기관 애로사항도 구체적 사례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개선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의협 서정성 총무이사는 “응급 및 중증 환자를 보는 진료과들에게 법적 책임감이 크다는 것에 모두가 동감했다”며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 부담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과 더불어 재정적으로도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이 같이 추진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서정성 총무이사는 “환자들이 빅5 병원을 포함해서 수도권으로 쏠리고 병상 수도 계속 늘어나다보니 의료 인력들도 쏠리고, 지역에 환자가 없다보니 의사도 더 없어지게 된다”며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한 번 확립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회의부터는 정책 패키지에서 필수·지역의료와 관련한 인력 유입 방안 등 아젠다를 나눠 실제적으로 결과물을 도출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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