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 최대 4만7천개 과잉공급 전망
복지부, '병상 수급 기본시책' 곧 마련...공급과잉시 신·증설 금지

[라포르시안] 오는 2026년이면 일반병상 중에서 4만개 이상이 과잉 공급으로 남아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병상수급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5차(2016년~2020년)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의료기관 전체 병상 수는 68만5,636병상으로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연평균 0.5% 증가세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2병상으로 OECD 국가 평균(4.4병상) 대비 3.0배에 달했다. 특히 요양병상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5.3병상으로 OECD 평균(0.6병상)과 비교할 때 8.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실태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병상수급 전망을 분석한 결과 오는 2026년이면 전반적으로 병상 과잉공급이 예측됐다. 

2026년 기준 일반병상은 약 4만 4,000~4만 7,000개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계됐으며, 요양병상은 약 3만 5,000개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계됐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복지부는 의료 질을 높이고 의료기관 병상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앞서 작년 9월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는 병상 수급 현황을 분석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병상 수급을 위한 기본시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조만간 병상수급 전망에 기반한 전국 병상관리시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특히 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에서 '병상 수급 기본시책 추진방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가 마련한 병상 수급 기본시책 추진방안에 따르면 각 시·도에서 지역 특정에 맞는 병상수급관리계획을 세우고, 병상 신증설 관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이해 정부는 가칭 '병상관리위원회'를 두고 시도 수급관리계획이 병상기본시책에 맞는지 여부와 병상 유형별 적정 배치 등을 심의 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병상수급 관리는 수급분석 결과에 따라 공급과잉, 신증설 가능, 공급조정필요 지역을 선정한다. 인구수 기준과 유출입 일수 등을 고려해 모두 공급과잉으로 나온 지역은 병상 신증설을 금지한다. 

두 기준을 모두 적용했을 때 병상이 부속한 상황이면 병상 신증설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두 개 기준 가운데 하나만 공급과잉 상황이면 신증설보다는 합병, 전환 등 지역 내 병상 조정을 통해 관리한다. 

의료계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병상 수급관리 계획은 대형병원으로 환자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을 함께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병상 관리뿐만 아니라 의료 인력의 적절한 배치 등 의료자원 확충 로드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임의대로 하지 않도록 복지부에서 기본시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중앙 차원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질 좋은 지역·공공·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병상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병상 수급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병상을 가진 대학병원의 분원 개설로 적정한 의료인력의 확보나 수급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관리대책이 필요하며, 지역 내 의료기관이 과도한 경쟁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별 적정 병상 수급 방안으로 병상총량제 도입 방안도 제시됐다. 

앞서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윤 교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뢰로 실시한 ‘의료공급체계 개선 이행전략 개발 연구 보고서’에서 적절한 병상공급 방안으로 '병상총량제'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병상총량제를 도입해 시도별로 병상공급이 과잉인 진료권별 및 시군구에서 추가적인 병상공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병상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공병원의 확충과 민간병원의 기능전환으로 적정한 병상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 진료권별로 의료기관 유형별 적정 공급량을 추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시도별 병상수급계획을 작성하면 시도지사 및 시군구청장이 의료기관 신증설에 대한 인허가를 하도록 하는 방식은 제안했다. 

전체 급성기 병상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공공병원 신증설로 적정 공급을 달성하고, 의료기관 유형별로 병상공급이 불균형한 지역에서는 기존 의료기관의 기능전환으로 의료기관 유형 간 공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서울 지역은 3차병원이 공급과잉이므로 일부를 2차병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진료영역의 전문화를 통한 기능분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지역에서 중진료권 단위 2차병원의 공급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병원 중 일부를 2차병원으로 기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병원계는 병상 자원 공급 적정화를 위해 지역별 병상총량제가 아니라 정부가 공공병원과 취약지 민간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병상총량 관리를 통한 신증설 억제나 감축이란 방법으로 의료자원 중복투자 방지나 과잉 또는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식에 회의적인 판단이다. 오히려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와 의료취약지에 민간병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상 자원의 수급 문제는 단순히 양적 측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이용 및 공급체계와 연계된 것"이라며 "병상 자원에 대한 중앙정부 통제 강화보다 의료자원에 대한 합리적 역할 부여와 기능 수행에 따른 재정투자가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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