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극지의학 심포지엄 열려…남·북극 과학기지 파견에도 관심 높아져

지난 2007년 발족한 극지의학연구회는 극지 경험이 있는 의사들 약 20명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개최됐던 제1회 극지의학 심포지엄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남극세종기지에서 1년간 근무한 조경훈 인턴은 ‘남극 생활이 수면주기와 기분 및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월동대원에게 태양광과 비슷한 파장을 내는 ‘라이트박스’를 설치해 낮 시간에 의무적으로 30분 이상 쬐도록 했더니 우울지수 및 공격성지수, 피로-무기력지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훈 인턴은 “한국은 월동대원 숫자가 적어서 유의한 통계를 내기는 어려웠지만 햇빛과 정신 상태의 규명은 앞으로도 연구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극지 사람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연구를 넘어 신의료기술이나 원격진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극지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물의 방어기전을 활용한 신의료기술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동결 방지 물질로 장기간 스템 셀 보관 및 혈액 보관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극지는 원격진료 시스템 연구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국내 정형외과 교수진들이 세종기지에서 발생한 슬관절 손상 환자에 대해 원격진료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고려의대 생리학교실 이민구 교수는 “슬관절 환자 원격진료의 성공을 보면서 시스템만 잘 만들면 외국과도 견줄 수 있을만큼 훌륭한 원격진료를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극지는 큰 시차가 존재하고 다양한 협진 시스템이 필요한 원격진료 개발에 중요한 연구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지의료지원센터(가칭)’ 설립 정책연구 진행 극지의학 연구의 토대가 되는 남북극 과학 기지에서 활동하는 월동대원을 대상으로 진료를 경험해보겠다는 의사도 많아졌다.
현재 남극세종기지에는 매년 공중보건의사가 1명씩 1년 주기로 배치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26명의 의사가 파견됐다.
내년 3월까지 완공을 목표로 건설(2기) 중인 남극장보고기지에는 1기 건설 때 흉부외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선발됐다.
기지 건설업체인 현대건설은 오는 10월부터 6개월 간 기지 대원들의 건강을 책임질 전문의 1명을 추가로 뽑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선호하며 최소 5,000만원 이상의 연봉에 위험 수당과 상해보험 등이 추가로 제공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인력 선발이 여의치 않다”고 귀띔했다.
국내 1호 쇄빙선인 ‘아라온 호’에 승선해 남극과 북극을 누비는 의사도 있다.
남극은 매년 10월부터 6개월 간, 북극은 8월부터 2개월 간 각각 탐사 활동을 벌이는데, 2~3명의 의사가 활동대원들과 동승한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극한 상황인데다 선박에서 생활해야 하는 여건 때문에 지원자가 많지는 않다”며 “보수도 넉넉치 않아 선발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파견 의사 선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지 의료 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극지로 파견을 보내는 시기(11월 또는 1월)와 국내 의사들의 경력이 변경되는 시기(3월)가 맞지 않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1개월부터 2년까지 다양한 계약기간의 파견의사를 선발할 예정이다.
또 의사선발을 위한 홈페이지를 상시로 운영하고, 원격진료를 포함한 극지의료를 발전가능한 의료분야로 육성할 방침이다.
‘극지의료지원센터(가칭)’ 설립에 관한 정책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고대의대 이민구 교수는 “지금까지의 극지 의료를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한국기지에 적합한 의료와 우수한 의사를 파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또한 외국 기지의 의료 서비스를 분석해 한국의 현실에 도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극지 의학에 도전해 의학의 연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한겸 대한극지의학연구회장(고려대구로병원)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의사도 따라 가야 한다”며 “특히 극한 지역에서의 의학 연구에 의사들이 참여해 미래의학의 꿈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