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자유기법' 논란으로 NECA 신의료기술평가 신뢰 문제 제기돼

[라포르시안] 지난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이래 한의의료행위로는 첫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맘모톰'이란 의료장비를 사용해 유방암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의료기술이 두 차례나 신의료기술 등재 신청이 반려된 것과 비교해 평가 기준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마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추가하는 내용의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행정예고했다.

복지부는 고시 개정안을 통해 "감정자유기법은 손가락으로 경혈을 두드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안전한 기술"이라며 "감정자유기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하는데 있어 안전하다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자유기법은 지난 2014년 7월에 신의료기술에 신청된 바 있으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심사를 통해 반려된 바 있다.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은 경락 두드리기와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와 같은 수용확언으로 이뤄진다.

감정자유기법은 정해진 13개의 경혈을 두드리면서 치료목표가 되는 감정이나 증상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준비작업, 연속 두드리기, 뇌조율과정으로 실시한다.

이미지 출처: 2015년 작성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
이미지 출처: 2015년 작성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

당시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감정자유기법 관련 평가보고서를 통해 "감정자유기법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대상이 의학적 혹은 임상적 특징이 결여되어 있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돼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이라고 심의했다.

이후 작년 8월에 감정자유기법이 신의료기술로 재신청돼 최근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신의료기술 등재가 결정됐다.

의료계는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에서 NECA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타당한 검증을 거쳤는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NECA 앞에서 집회를 열고 "NECA가 신의료기술 인정에 필수적인 임상적 유효성 검증 없이 경혈 두드리기를 안전의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로 평가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경혈두드리기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특히 NECA 측에 한방행위 검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의사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실한 검증 과정을 통해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등재한 NECA는 잘못을 인정하고, 복지부는 해당 고시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이 과학적 기전도 알 수 없고 표준화도 불가능한 행위라는 점에서 신의료기술로 등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준비단계에서 해당 문장을 반복하는 이유나 반복 횟수가 3회인 이유 ▲뇌조율과정에서 동공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와 동공운동의 방향이나 순서가 바뀌면 치료 효과에 변화가 있는지 여부 ▲흥얼거리는 노래는 어떤 종류여야하고 숫자는 얼마나 세어야 하는지 ▲경혈점은 13개로 정해졌지만 두드리는 강도와 두드림의 간격 및 횟수는 얼마여야 하는지 등의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근거가 없고, 해당 행위의 표준화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행위의 표준화가 돼 있지 않으면 시행하는 사람마다 그 과정이 달라지고, 효과도 달라져 안전성과 유효성평가가 불가능할뿐더러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의 시술 과정을 보면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주술이나 최면에 더 가까워 보인다"며 "치료 결과의 재현성이나 행위 과정의 표준화가 거의 불가능한 이런 행위를 NECA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이번에 감정자유기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근거로 삼은 연구문헌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018년 8월 감정자유기법이 신의료기술로 재신청 된 이후 보완된 선택 문헌 3편을 확인해 보니 1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는 전혀 관련 없는 화병에 관한 논문이었고, 나머지 2편은 각각 2011년도와 2013년도에 발표돼 신의료기술 1차 신청 시 근거 문헌으로 검토했다"며 "하지만 (1차 신청 때)소위원회에서 이미 최하위 권고등급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심사 결론을 내렸던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두 편의 논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에게 감정자유기법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없었다"며 "NECA는 1차 평가에서 제출돼 근거 없다고 결론난 동일한 문헌에 대해 2차 평가에서는 정반대의 심사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진공보조 유방양성종양절제술(진공보조절제술, 맘모톰 시술)'이 두 차례나 신의료기술 신청이 반려된 것과 비교하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맘모톰 시술은 여성의 유방암이나 유방 종괴를 검사하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유방암학회가 2016년 10월과 2018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NECA에 신의료기술 등재 신청을 냈지만 모두 반려됐다.

맘모톰 시술이 반려된 건 '치료목적으로는 불완전 절제율이 높고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안전성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지만 유효성을 입증하기에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관련 기사: 신의료기술 반려·보험사 고발 예고로 위기 빠진 '맘모톰 절제술'>

바른의료연구소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2006년 진공생검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는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07년 맘모톰 사용 적응증으로 유방 양성종양의 절제를 인정했음에도 신의료기술 등재 신청이 반려된 것을 보면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는 게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이번 감정자유기법에 대한 신의료기술 심의 과정과 결과는 맘모톰에 대한 심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이번 사태를 통해 NECA가 객관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기준만을 가지고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도 심의에 많이 개입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NECA 신의료기술평가위는 동일한 문헌에 대해 1차 심사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2차 심사결과에 대해서 반드시 해명해야 하며, 심의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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