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심사...박근혜 정부서 한 규제완화 정책, 문재인 정부서 완성

[라포르시안] 새로운 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임상현장에 적용되려면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의료기술로 확인되면 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는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앞선 박근혜 정부는 규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새 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따로따로 진행하던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도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식약처, 보건의료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통합운영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펼쳐 왔다.

2016년 2월부터 식약처와 공동으로 통합운영 시범사업과 법령정비를 통해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가 동시 진행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식약처, 심평원, 보건의료연구원 간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평가 통합심사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추진한 신의료기술 의료기기의 시장진입 기간 단축을 위한 '패스트 트랙' 구축을 문재인 정부에서 완성한 셈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존처럼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진행하는 데 최대 470일이 소요되지만 새로운 통합심사 시스템의 평균 소요일은 242일로 단축된다.

그러나 이런 패스트 트랙 도입이 신의료기기의 조기 시장진입이란 목적은 달성할지 몰라도 환자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복지부는 의료제도나 건강보험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근거중심의학' 기반의 정책 결정을 강조해 왔고,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지난 2007년 도입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한 가장 큰 목적은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로부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신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보건의료산업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진입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절차를 간소화 하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기를 임상현장에 적용할 경우 추후 환자안전이나 비용효과성 문제가 제기되면 신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진료현장에서 오히려 사용을 꺼릴 수도 있고, 시장진입 이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추후 다른 신의료기기의 시장진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총 29건의 의료기기 관련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이 접수됐으며, 이 중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경우는 45%인 13건에 불과했다.

또한 2007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신의료기술평가 신청과정을 거쳐 심의완료된 의료기술 건수는 총 1,800건이며, 그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건 42%(753건)에 그쳤다.

보건의료연구원은 2014년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식약처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인허가 심사는 대부분 해당 제품의 인허가 목적 달성을 위한 제한적 범위 내에서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어 보편적 임상적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전이 필요하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빨리 사용토록 하면 그 부담은 전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통합심사에 따른 신의료기기의 신혹한 시장진입이 부실한 평가 검증으로 이어질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등의 정책은 무분별한 의료기기 허가로 국민들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의료기기업자들은 수익을 내지만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의 피해 역시 시장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2일 국회에서 ‘스마트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바이오경제포롬에서는 유미영 심평원 급여등재실장은 "건강보험 등재 심사를 하면 안전성 유효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기술이 적지 않다. 환자안전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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