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적용...의협 "한국 의료 수준과 환자들 웃음거리로 만들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지난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앞에서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 지정 예고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지난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앞에서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 지정 예고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최근 한의학적 의료행위인 '감정자유기법(경혈두드리기)'을 신의료기술로 지정한다고 행정예고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24일 행정예고한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일부 개정안'을 보면 감정자유기법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에게 적용하는 한의의료행위다.

경혈두드리기와 확언을 활용해 준비단계, 기본 두드리기 단계, 뇌조율을 반복하면서 부적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한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고시 개정안을 통해 "감정자유기법은 손가락으로 경혈을 두드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안전한 기술"이라며 "감정자유기법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부정적 감정 해소 등 증상을 개선하는데 있어 안전하다고 유효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한의계에 따르면 감정자유기법이 신의료기술로 등록되면 지난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첫 한의의료행위가 된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서울 충무로에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NECA와 이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겠다고 행정예고한 복지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의협은 기자회견문에서 "NECA가 신의료기술 인정에 필수적인 임상적 유효성 검증 없이 경혈 두드리기를 안전의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로 평가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지금이라도 경혈두드리기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최대집 회장은 "NECA와 복지부의 불합리한 처사를 강력히 비판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주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환자의 경혈을 두드리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호전됐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NECA와 복지부는 우리나라 의료 수준과 환자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협은 이 같은 비상식적인 결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NECA는 한방행위 검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행정예고 이후 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제발 이런거 그만 좀 합시다. 피땀 흘려가며 낸 피같은 세금을 어떻게 이런 무협소설에도 안 나올법한 황당한데 쓰느냐"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치료는 반대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감정자유기법이 신의료기술로 추가된다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거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 감정자유기법이 환자들에게 많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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