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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든 누구든 아프면 차별없이 치료받을 수 있어야”지역건강보험 가입 가능하지만 보험료 등 차별...인권위 "보험료 산정기준 등 개선해야"
녹색병원 등 외국인근로자 ·난민 등 소외계층 의료지원사업 시행 의료기관 생겨

[라포르시안] 6월 20일은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유엔총회 특별결의안을 통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었다.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국(國籍國)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작년 봄에 종교분쟁을 피해 제주도에 대거 입국한 예멘난민 수용문제를 계기로 난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국내 체류하는 난민 중 상당수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나마 보건복지부가 작년 8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인도적 체류 허가자(G-1)인 난민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관련 법규정이 개정됐지만 난민에 실질적인 의료보장 지원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과 난민 등의 건강보험 지역가입 보험료 산정 등 비교.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인도적 체류허가자가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게 개선됐지만 다소 제한적으로 설계된 외국인의 세대원 구성 자격 및 보험료 산정 방식으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내국인은 건강보험 지역가입 시 세대주와 주민등록상 동일주소지에 세대원으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한 세대로 인정한다. 반면 난민은 개인을 각각 하나의 세대로 산정하되 본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본인을 세대주로 하고 배우자와 19세 미만의 자녀를 세대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도 국민은 전체 세대원의 소득에 따라 부과하지만 난민은 전년도 11월 전체가입자 평균보험료 및 그 이상을 부과한다. 보험료 경감 혜택에서도 국민은 지역·연령·장애유무·실직유무 등의 여러 사정에 따라 경감률이 적용되지만 난민은 일률적으로 30% 경감률만 적용한다.

국민은 보험료 체납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아 1회 이상 납부하면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잇지만 난민은 1회만 니맙해도 완납시까지 급여 혜택이 중단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낸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제도 관련 난민 등의 처우 파악 및 실질적 개선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1994년 이후 2018년까지 비호를 요청한 난민신청자 4만8,906명 중 인정자는 936명으로 2%도 안되는 낮은 인정률을 보이고 있고, 이렇게 낮은 인정률을 통과한 난민 인정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고 했다.  

현행 난민법 제31조는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난민은 우리나라 국민과 사회보장에 있어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인권위가 작년에 실시한 난민 인정자 처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과 관련된 법령이나 지침에서 ‘외국인에 대한 제한규정’이 난민 인정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최 위원장은 "난민과 인도적체류허가자들은 본국에 돌아갈 수 없어 한국에서 가족을 이루고, 생계를 해결하며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은 이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라며 "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보험료 책정 등은 건강보험제도에서의 실질적인 배제로 이어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당연한 권리인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는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를 찾은 난민들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난민인권 상황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 소장. 사진 제공: 녹색병원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작년부터 난민 진료 본격화

한편 녹색병원은 난민들이 이국땅에서 겪는 건강과 의료문제에 주목하고 앞서부터 난민 대상으로 적극적인 의료지원을 펼쳐왔다.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는 작년 8월말 난민지원단체 ‘피난처’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난민 현황과 의료기관 이용 시 장애요인, 건강권 침해사례 등에 관한 공개세미나를 통해 난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절감했다.
 
대부분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장애가 생기더라도 장애인 등록이 불가능하다. 병원에 가더라도 의료통역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 의료이용이 쉽지 않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는 등 전쟁의 고통을 피해 자국을 떠나온 난민은 악몽을 꾸거나 거의 잠을 잘 수 없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많은 경우 일상생활이 어렵다. 적절한 심리치료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 적절한 자원과 정보부족 등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녹색병원은 작년부터 인권치유센터를 통해 내원한 난민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작년 8월과 9월에 이집트 난민 입원치료, 10월에 예멘 난민 살레 씨에 대한 수술치료를 진행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탑승구역 안에서 생활하던 앙골라 난민 루렌도·바체테 씨 가족 올해 2월부터 녹색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녹색병원은 또 고국 수단에서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후 고문 후유증을 호소하며 한국으로 건너온 난민에 대한 검사 및 치료도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원내 진료 외에도 녹색병원은 ‘난민건강권네트워크’에 참여해 여러 보건의료단체 및 사회단체와 함께 난민 건강문제에 관한 정보교류 및 진료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 8월부터는 보건복지부 및 서울특별시로부터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 시행 의료기관'으로 지정돼 올해 8월부터 외국인근로자, 난민, 노숙인 중에서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단순 외래진료를 제외한 입원과 수술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사업은 건강보험 등 각종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근로자 및 소외계층에게 적극적인 의료지원을 해 기본권으로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 소장(내과 전문의)은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건 의료로부터 소외된 곳에서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것이 의사와 병원의 인도적 책무”라며 “난민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은 존재할 수 있지만 ‘아프면 누구나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인간의 기본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원이 필요한 외국인근로자나 난민은 녹색병원 지역건강센터(02-490-2180)를 통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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