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내과의사회, 시범사업 문제점 지적..."개원가 아닌 학회·교수 눈높이 맞춰"

사진 왼쪽부터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사진 왼쪽부터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일차의료 현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복지부가 지난달에 3차까지 시범사업 공모를 실시한 결과 1,193개 의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5만1,046명의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범사업이 상당히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속은 없는 '외화내빈'이라는 게 개원가의 지적이다.  

김종웅 대한개원내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김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참여하는지 몰라서 못 하는 회원이 있고 너무 까다롭다고 포기한 회원도 있다"며 "정부가 시범사업과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학회나 교수들 의견만 듣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제발 본사업은 개원가의 의견을 듣고 시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의 초회교육・상담(연1회, 30분 이상)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환자를 처음 교육할 때부터 문제다. 30분가량 걸리는데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며 "환자는 빨리 끝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고 의사는 잘 보이지도 않는 깨알 같은 글자를 보면서 꼬박 30분을 설명해야 한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접근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환자 1명당 1년에 34만원을 관리료로 더 준다는 말에 혹해서 참여하는 회원이 많지만 막상 해보면 너무 어렵다"며 "게다가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서 환자가 많은 병원은 못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장도 "시범사업이 끝나고 본사업을 할 때는 현장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며 "교육자료도 대부분 고령인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애로사항을 해소하지 않으면 본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의사협회가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거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종웅 회장은 "의협 집행부에 모든 것을 맡긴다고 했다. 다만,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해서 회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대한개원의협의회의 법인화에 개원내과의사회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참여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다. 개원내과의사회는 이익단체지 친목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서 "단순히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른 과들이 법인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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