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 실명 비공개 발표로 애꿎은 병원서 곤혹..."전화문의 폭주해 진료 차질"
대구시는 곧바로 실명 공개...감염병 발생 병원 명칭 공개 일관성 없어

[라포르시안] 경기도 안양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을 포함한 18명의 홍역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당국의 방역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안양시 동안구에 소재한 S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료인 6명과 내원환자 1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사흘만인 지난 4일에는 홍역 확진자 11명이 추가로 발생해 전체 18명으로 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3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해 전체 환자수는 21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의사(4명), 간호사(13명) 등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료인 17명이 홍역에 걸렸다.

해당 의료기관이 안양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대학병원이고 여러 명의 의료진이 홍역에 집단감염됐다는 점 때문에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의료진의 홍역 집단감염 사태가 알려지는 과정에서 해당 기관의 명칭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지역내 다른 병원이 애꿎은 오해를 사는 일이 발생했다.

당초 경기도는 홍역 확진 환자 7명이 처음 보고된 지난 2일 오후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안양시 소재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의료인 6명과 내원환자 1명이 홍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언론에는 이 병원이 안양 소재 S종합병원으로 전달됐고, 관련 기사에는 대부분 'S종합병원'으로 표기됐다.

문제는 안양시에 있는 4개 종합병원 가운데 약칭을 사용해 'S종합병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2개라는 점이다. 이 중에서 의료진 홍역 집단감염이 발생한 병원은 한 사립대병원 재단 산하의 S대학병원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에서 '안양 소재 S종합병원'으로 표시가 되다보니 실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이 홍역 발생 기관으로 오해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 홍역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S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 4일 "관련 기사들이 대부분 병원 명칭을 'S종합병원' 혹은 'A종합병원'으로 표기하면서 의료진 홍역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이 우리 병원인 것처럼 시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문의가 폭주하면서 병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를 보도할 때 'S종합병원'이 아니라 'S대학병원'으로 표기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 4월 2일자 경기도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중에서.
지난 4월 2일자 경기도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중에서.

경기도는 홍역 발생 보도자료에서 'S종합병원'으로 표기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감염병관리과 감염병예방팀 관계자는 "홍역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질병관리본부 측과 병원 명칭 공개 여부에 대해서 사전에 협의를 거쳤고, 해당 병원의 입장도 들어보고 관련법 등을 고려해 'S종합병원'으로 표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개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7조의3(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 범위 및 절차 등)에 따르면 감염병에 관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규정에 따른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후에는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정보통신망에 게재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에 방역당국이 병원 이름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메르스 관련 병원 리스트가 떠돌고 사회적 혼란이 커지는 일을 겪으면서 감염병 관련 정보공개필요성이 제기되자 법개정이 이뤄졌다.

국가 감염병 관리시스템은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주의 단계가 발동하면 질병관리본부에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하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가동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작년 9월 3년 만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로 격상하고 본부 내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한 바 있다. 당시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곳이 삼성서울병원이라고 곧바로 공개했다.

하지만 홍역의 경우 메르스와 달리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한 질환이고, 국내에서 예방접종률이 높기 때문에 집단면역이 높게 형성돼 감염병 관리시스템을 주의 단계로 격상해 적극적인 방역체계를 갖출 필요성은 낮은 편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작년 12월 17일 대구의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첫 홍역환자가 발생한 이후 다음달 7일 종합병원인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의료진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병원 명칭을 공개한 바 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된 상황이 아니었지만 대구시는 해당 병원 명칭을 곧바로 공개했다.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계자는 "당시 종합병원 소속 의료진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병원의 명칭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해당 병원에서도 명칭을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감염병 발생 상황에서 의료기관 명칭을 공개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대구시도 처음부터 병원 명칭을 곧바로 공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부분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판단하게 된다"며 "안양 소재 병원의 의료진 집단감염 관련해서는 사전에 경기도와 협의를 거쳐 병원 명칭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규정에 따라 '주의' 단계로 격상돼야 의료기관 명칭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발표할 때 해당 병원의 소재지를 적시했기 때문에 (기사를 본 시민은)어느 병원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발표한 자료에는 해당 병원의 소재지를 명시하지 않은 채 'A종합병원'으로만 표기돼 있다. 관련 기사에서도 대부분 '안양 S종합병원'으로 표기하면서 혼란을 키운 것으로 보여 감염병 발생시 병원 명칭 공개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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