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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를 원격의료라 부르지 못하는 복지부[뉴스&뷰] '스마트 진료'로 바꿔서 사용...의사환자간 스마트 진료 활성화 추진
박정부 때 'ICT 활용 의료' 꼼수 재현...대통령 공약 파기 논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도 복지부 업무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박근혜 정부 때 보건복지부의 핵심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작업이었다.

실제로 복지부는 2013년과 2016년에 각각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삼성 등 대기업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국회에서 적극적인 법개정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복지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격의료라는 용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감추려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라는 표현으로 변경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의사-환자 원격의료'을 둘러싼 논란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이미지 출처: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복지부가 작년부터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필요성에 대한 운을 띄우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공식적인 업무계획에 원격의료 활용을 포함시켰다.

복지부가 지난 11일 공개한 '2019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국민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스마트 진료 활성화를 추진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현행 법 내에서 만성·경증(도서·벽지), 응급, 분만취약지 고위험산모 등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인간 스마트 협진을 활성화하고, 도서·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의사-환자간 스마트 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의 업무계획에 처음 등장한 '스마트 진료'라는 용어는 원격진료를 다르게 부른 표현이다. 박근혜 정부 때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의료'라고 바꿔서 부른 것처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업무계획 브리핑 자리에서 '스마트진료는 원격진료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원격진료라는 단어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아서 스마트진료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라며 “스마트진료는 결국 원격진료인데, 주어진 법의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보건복지부는 앞서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 중 ‘원격의료’라는 용어를 ‘ICT 활용 의료’로 변경한 재검토안을 제출했다.
이미지 출처:  '2019년 보건복지부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에서

결국은 박근혜 정부 때처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움직임은 작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함께 국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각종 일자리 지표가 추락하자 재계에서 다시 각종 규제완화 요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단체는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규제 개혁 과제를 통해 ▲영리병원 설립 허용 ▲원격의료 규제 개선 등을 요구했다. 재계의 요구 이후 정부 내에서도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박능후 장관도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는데 그 범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해 놓고 작년 7월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논란을 샀다.

이번에는 복지부 업무계획 자료에 공식적으로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도서·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지난 정부 때부터 제시해 온 내용이다. .

무엇보다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깨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스마트 진료로 포장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더욱이 도서·벽지나 군부대 등 취약지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려면 원격의료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환자이송체계 확립, 왕진제도 활성화 등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전체 의료기관 병상수 기준으로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의료전달체계 개편, 환자이송체계 확립, 왕진제도 활성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공공의료 인프라도 부족하고 의료전달체계도 확립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면 전달체계 왜곡은 더 심화되고, 취약지 주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의 접근성은 더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앞서부터 문재인 정부가 규제 혁신을 빌미로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해온 의료영리화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스마트 진료로 포장해 추진하는 복지부를 보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를 추진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 때의 복지부를 떠올리게 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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