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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커뮤니티케어’에 커뮤니티가 안 보인다[시민건강연구소 서리풀 논평]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하려면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6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으나, 보통 사람들이 ‘통합돌봄’,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 같은 말을 얼마나 알아들을지 잘 모르겠다.

말을 이해하고 기억하지 못하면, 사업은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 이 사업의 앞날을 쉬 낙관하지 못하는 첫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보건의료, 복지 종사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생겼다. 정책 당국이 꼭 이 사업을 꼭 하고 싶으면, 먼저 말과 사업 내용부터 ‘주민 친화적’으로 바꾸라.

8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하는데, 노인(노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네 곳, 장애인(장애인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정착)이 두 곳, 노숙인과 정신질환자(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정착 지원)가 각각 한 개 지자체라고 한다.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것은 사업의 기본 뼈대일 터, 사업을 신청하는 곳에서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방법을 제안하는 형식이다.

이제 ‘선도사업’ 또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미리 한계를 정하거나 결과를 비관하지는 않으려 한다. 미래는 더구나 개방적이니, 기대 이상으로 바람직하게 틀이 잡힐 수도 있다. 다만, 큰 방향을 잘 잡고, 기초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걱정과 당부를 전하기 전에, 우리는 이 사업의 필요성만큼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지역사회에 만성질환과 장애를 가진 채 생활하는 사람이 많으며, 이들에 대한 종합적·통합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여러 어려움을 넘고 새로운 방식과 내용을 창출해야 한다. 사실 걱정스럽다. 어느 한 가지도 만만한 과제가 없으니, 이 사업 또한 역사적으로 형성된 여러 사회체제 그리고 보건복지 시스템의 ‘경로’를 쉬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첫째 이유다.

우리는 구체적인 방식과 내용보다는 몇 가지 원칙과 원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걱정과 당부도 주로 이에 대한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겸 당부)할 과제는 이 사업의 관점에 대한 것으로, 특히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접근이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람 중심에서 사람이란 당연히 주민, 환자와 가족, 당사자 등을 뜻한다(서리풀 논평 바로 가기).

건강과 보건, 그리고 그 정책을 관통하는 ‘사람 중심성(people-centeredness)’은 최근의 세계적 화두이자 경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안한 내용을 보면 (통합적인) 사람 중심의 보건의료는 “질병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사회를 보건체계의 중심에 두고, 사람들을 서비스 수혜자의 수동적 위치가 아니라 스스로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복지부가 낸 자료, 그리고 사업의 기본 개념도부터 정책과 공급자 중심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언뜻 보면, 예를 들어 ‘지역사회 정신질환자’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환자나 보호자, 이웃이나 친지가 느끼고 인식하는 어려움과 필요성은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고 모호하다.

같은 관점에서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이 시설보다 지역사회를 더 좋아할까?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경우에, 누구에게 연락하고, 누구와 상의해야 하는가? 나와 내 가족 중 누구는 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고, 이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주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낼 기회가 있을까? 가지런한 체계, 효율성, 원활한 사업의 작동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 중심에 봉사하는 하위가치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중 하나가 누가 사람들을 대신하는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있다고 본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 대리인은 법정 대리인과는 다르다. 보건-의료-돌봄-복지의 전체 범위에서 당사자와 상의하면서, 당사자가 가장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정하며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 보건의료 체계의 특성 때문에 여러 보건의료-돌봄-복지의 연계와 조정, 통합은 매우 어렵다. 도시 지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는 한 의사가 자신이 보는 환자들의 말을 SNS에 옮겼으니, 이것이 지역사회 보건의료와 돌봄의 현실에 가깝다. 이 의사가 경험한 것은 주로 ‘의료’에 한정된 것이었으니, 돌봄과 복지까지 포함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환자1 : 오줌소태로 왔어요.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에 다니고 있고요, 혈뇨가 있어서 산부인과에 다니고 있어요...

환자2 : 손이 떨려서 대학병원 신경과에 예약했는데 몇개월 뒤로 잡혀서 왔어요. 어지럼증이 있어서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먹고 있어요.

환자3 : 감기 끝물인데, 약은 있고 비타민하고 주사 맞으러 왔어요.

환자4: 감기가 걸려서 기침을 하니까 예전에 있던 척추협착증이 심해졌어요. 정형외과에서 허리 주사는 맞았는데, 작년에 먹던 약이 효과가 좋아서 처방받으러 왔어요. 기침약하고요.

누가 이 어지러운 사정들을 모두 파악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게 조정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의 ‘시장’에서는 환자와 가족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꼭 정보와 지식의 불균형이란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돌아가는 사정은 난맥상이다. 노인, 장애인, 만성 정신질환자, 또는 그 가족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뻔하다. 최종 판단은 당연히 당사자의 권리이자 의무라 할지라도,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선택하기 어렵다.

코디네이터, 케어 매니저, 또는 주치의, 어떻게 불러도 좋다. 반드시 혼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특정 직종이 이를 독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주민과 환자 시각에서 쉽게 알 수 있고 접촉할 수 있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기본 틀에서는 이 역할의 중요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각 지자체가 디자인하고 개발할 일이기는 하나, 단지 어떤 기능을 부여한다고 저절로 될 일이 아니다. 요컨대 우리 보건복지 제도 전반의 인프라, 서비스 제공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와 밀접하다. 당장 될 일은 아니지만,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이 같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여러 서비스, 제도, 직종 간에 실질적인 연계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 의사와 지역사회 보건 전문가 사이에, 보건소와 복지 기관 사이에, 요양병원과 의원 사이에, 서로 다른 복지 전문가 사이에, 어떻게 연결하면 주민과 환자가 물 흐르듯 끊어지지 않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하던 대로 그냥 가면, 연계와 통합은 말로 그치고 기준과 규정에 의존하는 관료주의적 과정이 될 공산이 크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누구 또는 어떤 기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자칫하면 서로 미루기를 다투는 결과를 초래한다. 당사자에게 가장 유리하게,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서비스 흐름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기관과 직종, 서비스 제공자의 동기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람 중심으로, 그리고 연계와 통합을 지향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 방법 하나는 재정과 서비스를 통합하여 자체적으로 연계와 조정의 동기가 작동하게 하는 것.

앞에서 ‘사람 중심’을 주장하고 강조하였으나, 이 논평이 주로 정책결정자와 전문가가 이해할 법한 내용이 되었음을 인정한다. 사람 중심성이 부족한 셈이다. 그런 중에도 이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 첨언한다.

우리 모두는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 당국과 사업을 하는 지자체에 묻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은 출발이지만 중요하다.

“이 사업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도움을 받으려면 누구와 이야기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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