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 함량 기준 잘못 적용했을 수도" 지적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을 둘러싼 논란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혈액백 담합 의혹 제기에 의협이 가세하면서 적십사자의 장비 구매입찰 관련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관련 기사: 적십자사 입찰을 둘러싼 끊이질 않는 잡음과 불공정 시비>

의협은 지난 11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적십자사가 지난 수십년간 혈액백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국제기준으로 되어 있는 미국약전(USP)을 잘못 해석해 항응고제 내의 포도당 함량 기준을 과당을 포함한 수치를 적용하지 않고 과당을 제외한 수치를 적용해 왔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협회 입장에서 환자인 수혈자에게 직접적인 신체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혈액백 관련 핵심 사항인 포도당 함량의 문제이기 때문에 침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혈액백을 구매하고 있는데, 지난 30여년간 국내업체 태장산업 등 2곳에 공급해왔다. 적십자사가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업체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국내 생산시설이 없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다국적기업인 프레지니우스카바가 입찰에 응했지만 적십자사는 이 회사 제품을 부적격으로 판정했다. 

의협 관계자는 "적십자사의 혈액백 문제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모든 의혹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적십자사가 혈액백 공급 업체를 선정하면서 자의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5월 성명을 내고 "적십자사는 입찰에 참가한 업체의 혈액백 평가를 입찰공고와는 다르게 자의적 기준을 적용했다"며 "국내 학계나 해외 대부분의 혈액백 사용국은 포도당과 분리된 과당 전체량을 합산하는데 유독 적십자사는 과당을 불순물로 보고 제외시킴으로써 전체 포도당 함량이 미달된다는 이유를 들어 프레지니우스 카비사를 탈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은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회사의 혈액백은 USP 약전에 의해 엄격히 31.9g을 넣고 제조해 이미 130여 개 국에서 사용하고 있을 뿐더러 국내에서도 식약처에 의해 허가된 제품이라 함량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라며 "이런 혈액백을 유독 한국에서만 탈락시켰으니 업체에게 이 결과를 승복하라고 하는 건 한국을 떠나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항응고제 중 포도당 함량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전체량을 측정해야 한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식약처는 최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앞으로 보낸 답변서를 통해 "미 약전에서 항응고제 중 포도당 함량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환원당 총량을 측정하고 있다. 국내 허가된 혈액저장용기 내 항응고제의 포도당 기준 및 시험방법은 미국약전에 따르고 있다"며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보다 정확도와 정밀도가 좋은 시험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만, 그 결과에 대해 의심이 있을 때 최종 판정은 약전에서 정한 시험법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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