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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중심이다] 피 같은 돈, 돈 같은 피?...국가혈액사업을 바꾸자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최근 언론에서도 자주 이야기를 해서인지 그리 관심이 없는 혈액 분야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향후 혈액 수급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그 이유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갈수록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암이나 중증질환의 환자가 증가하면서 혈액의 수요는 늘어나지만 실제 헌혈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들어 혈액수급 불안이 점점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 그리 어려운 예상도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10대와 20대가 전체 헌혈의 71%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사회가 미리 혈액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말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번처럼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해서 헌혈률이 급감할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혈액사업은 국가가 위기관리를 해야 할 매우 시급한 분야이기도 하다.

혈액은 약처럼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자기 몸의 일부를 내어주는 이타주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혈액사업은 그 존립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혈액사업은 그 헌신성과 도덕성이 어느 사업 분야보다도 더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 혈액사업의 현실을 보노라면 이런 헌신성과 도덕성은 일찌감치 내다버린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혈액서업의 95%를 담당하는 대한적십자사의 행태는 물론이거니와 이 적십자사가 헌혈자를 모으는 방식은 아예 매혈에 가깝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한마음혈액원이나 중앙대에서 운영하는 헌혈의 집에 헌혈하러 온 상황을 한번 보도록 하자.

“왜 여기는 영화표를 한 장만 주세요? 적십자사는 1+1이던데”
“에이 그럼 우리는 저쪽에 있는 적십자사 헌혈의 집으로 갈래요.”

적십자사는 헌혈하면 영화표를 1+1으로 두 장 주기 때문이다. 영화표가 한 장당 만 원쯤 하는 것으로 본다면 핏값으로 한 2만 원 정도를 주는 셈이다. 돈으로 주고받기만 안했을 뿐이지 이건 그냥 ‘매혈’에 다름 아니다. 아이들을 이렇게 훈련시키고 헌혈하게 만든 조직이 어딘가? 바로 적십자사다. 이렇게 헌혈을 접하고 커온 아이들이 군대에 가면 빵과 우유를 먹고 그 시간이라도 침대에 누워 쉬어보려고 헌혈을 한다. 이들이 제대해서 예비군이나 민방위 교육장을 가서도 마찬가지다. 헌혈하면 조기 귀가를 떡고물 삼아 헌혈하니 말이다. 이렇게 중장년층이 되면 그때서는 헌혈과 멀어진다. 중장년층의 헌혈율이 낮은 이유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헌혈자들의 연령별 분포는 10대~20대가 71%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헌혈자는 그리 적은 편이 아니다. 인구 5,000만 명에 헌혈자가 한 300만 명 정도인데 인구 1억 3,000만 명에 헌혈자가 약 500만 명 정도인 일본과 비교하면 오히려 많은 편이다. 그냥 비율로만 따지면 헌혈자가 반으로 줄어도 혈액수급에 그리 큰 지장이 없는 수치다. 하지만 이렇게 됐다가는 혈액수급에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아마 사회가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채혈을 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의료기관이 적정수혈을 하지 않고 과다 수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적정수혈 평가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혈액은 하나의 약제이기 때문에 적정 투약을 해야 하는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적정 수혈을 해야 한다. 약이든 혈액이든 과다 사용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의료계 내에서 혈액사용과 관련한 행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것 말고 두 번째는 대한적십자사의 문제다.

적십자사는 크게 두 가지의 사업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구호사업(대북 사업 포함)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혈액사업이다. 그 중 우리나라 혈액의 92%를 담당하고 있는 혈액사업은 원래 국가의 책무인데 적십자사에 위탁해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혈액사업을 독점적으로 하다 보니 이 오래되고 낡은 조직엔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여러 문제들 중 구조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채혈량이 곧 적십자사 혈액사업의 매출액이 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말한 것처럼 헌혈자들에 대한 접근 방식이 여느 기업의 홍보 마케팅 방식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헌혈하면 준다는 '영화표 1+1'이라는 발상은 적십자사가 헌혈을 어떤 시각으로 운영해왔느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해도 적십자사는 그것이 매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어떻게 헌혈을 접하고 경험하면 미래의 지속적인 헌혈자가 되게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채혈을 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바로 모두 매출액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이 조직은 적정수혈 적정채혈을 구조적으로 이룰 수도 없거니와 내심 찬성하지도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적정 수혈을 하게 되면 혈액사용량이 줄어들고 따라서 채혈량을 줄여야 할 텐데 매출액을 떨어뜨리는 일을 과연 적십자사가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지금 이 구조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국가혈액사업의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게 바로 그 이유다. 현재 이 구조로는 앞으로 국가혈액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는 일마다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는 적십자사의 혈액사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기도 하다. 너무 늦기 전에, 그리고 일이 터지기 전에 체계를 바꾸자. 정부의 몫이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한 후 보건의료운동가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현재 건강세상네크워크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 중이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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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od 2018-06-21 13:27:30

    혈액관리사업을 적십자로부터 분리해 국가 주도의 국립혈액관리원을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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