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등급 가장 높은 실험에 102만 마리 사용돼...실험동물 희생 최소화 적극 고민해야

[라포르시안] 바이오 및 의약 분야의 성장과 함께 동물실험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험 대상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고통등급이 가장 높은 수준의 동물실험이 가장 많이 수행되고 있어 동물실험을 둘러싼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관련 규정에 따라 국내 동물실험시행기관의 2017년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은 2017년 기준 384개소이며, 그 중 91.9%인 353개소에서 총 2,905회의 회의를 열고 2만8,506건의 동물실험계획서를 심의했다. 심의결과는 원안승인 2만 1,976건(77.1%), 수정후 승인 5,211건(18.3%), 미승인 1,319건(4.6%)이었다.

실험동물은 동물실험을 시행한 351개 기관에서 총 308만 2,259마리(기관 당 평균 8,781마리)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연도별도 실험동물 마릿수는 2013년 196만6,848마리, 2014년 241만1,727마리, 2015년 250만7,157마리, 2016년 287만8,907마리, 2017년 308만2,259마리로 집계됐다.

의료기관의 실험동물 마릿수는 2016년 25만1,139마리에서 2017년에는 30만4,381마리로 늘었다. 2017년 기준으로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33개소이며, 이 중 실험동물 사용 실적이 있는 기관은 32개소였다.

종별로 실험동물 수는 설치류(마우스, 래트 등)가 283만 3,667마리로 전체 실험동물의 91.9%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어류 10만 2,345마리(3.3%), 조류 7만 2,184마리(2.3%), 토끼 3만 6,200마리(1.2%), 기타 포유류 3만 2,852마리(1.1%)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사용된 실험동물 수. 표 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최근 5년간 사용된 실험동물 수. 표 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실험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 가장 낮은 A등급부터 가장 심한 E등급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통등급이 가장 높은 E그룹의 동물실험에 102만 7,727마리(33.3%)가 사용됐다. 이어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D그룹에 102만 3,406마리(33.2%), 단시간의 경미한 통증 또는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C그룹에 86만 7,154마리(28.1%), 거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B그룹에 16만 3,972마리(5.3%)의 실험동물이 사용됐다.

최근 5년간 추세를 살펴보면 위원회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설치기관 수 및 운영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총 사용동물 수 및 기관 당 평균 사용동물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동물실험이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위원회 운영 현황 분석 결과, 기관 당 회의 개최횟수는 감소하는 반면 개최횟수 당 심의건수는 증가하고 있어 1회 개최 시 다수의 계획서를 심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바이오 의약 분야의 성장과 함께 동물실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동물실험시행기관 및 동물실험 수행자들은 동물실험 결과의 대외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동물의 윤리적 취급 및 과학적 사용과 함께 실험동물의 보호와 복지 향상에 더욱 노력해주길 당부 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약을 연구개발 할 때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 평가는 필수적이다. 의약품의 등의 독성평가 시 사람을 대신해서 쥐, 토끼, 개와 같은 포유동물이 주로 이용된다.

제약산업이 발전하면서 독성평가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동물실험윤리 규정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이다.

현재 통용되는 동물실험 윤리의 '3R' 원칙에 따르면 동물실험과정에서 희생되는 실험동물의 숫자를 최대한 줄이고(Reduction), 가능하면 다른 실험으로 대체하고(Replacement), 가급적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Refinement) 실험방법을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미국 정부가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침팬지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함으로써 포획된 동물에 대한 대부분 연구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동물연구윤리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제브라피쉬'(Zebrafish)와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등이 차세대 실험동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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