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청록색 킬리피시(Nothobranchius furzeri)에게 있어서, `속전속결`은 결코 상투적인 문구가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연못에 사는, 조그만 킬리피시는 부화된 지 3주 만에 성숙하여 몇 달 후 늙어 죽는다. 이 같은 단명(短命)의 배경에 깔린 유전적 기초를 연구한 논문이 2편 발표되어, 인간의 노화에 얽힌 비밀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킬리피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삶`을 근근히 살아간다. 모잠비크와 짐바브웨에는 우기 동안 일시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연못들이 있다. 이 연못을 가득 매우고 살아가는 킬리피시는, 빨리 자라고 부리나케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는다. 그리고 이 알들은 - 마치 정지된 동영상처럼 - 건기(乾期) 동안 휴면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음 해에 우기가 찾아오면 부화한다.

1970년대 이후 물고기 애호가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킬리피시가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날 킬리피시를 연구하는 연구실은 전세계에 수십 군데나 된다. 킬리피시는 태어난 지 두 달쯤 되면 노화의 징후를 보여, 밝은 비늘이 흐릿해지고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며 상당수가 종양에 걸린다.

마우스의 경우 수명연장에 관한 연구를 하려면 몇 년, 영장류의 경우에는 수십 년이 소요되는 데 반해, 킬리피시는 단 몇 달이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킬리피시는 다른 연구대상(초파리, 선충 등 노화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단명한 생명체들)보다 인간에 훨씬 더 가깝다는 매력도 있다.

▲ 청록색 킬리피시(Nothobranchius furzeri)

막스플랑크 노화생물학연구소(독일 쾰른 소재)의 유전학자이자, 이번에 발표된 논문 중 한 편의 저자인 다리오 발렌자노 박사(유전학)는 "킬리피시는 양식이 가능한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수명이 짧다"고 말했다. 두 편의 논문은 모두 'Cell' 12월 3일호에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에서, 청록색 킬리피시의 유전체에는 독특한 단명의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는 단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렌자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번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킬리피시는 진화과정에서 먹이 감지, DNA 복구, 노화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자연선택을 받았다고 한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런 유전자들을 연구하면 `수명이 긴 동물`의 노화를 연구하는 데도 유익하다고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IGF1R(Insulin-like growth factor 1 receptor)이라는 수용체를 코딩하는 유전자로, 이미 북극고래(bowhead whale), 벌거숭이 두더지쥐, 브랜트 박쥐(Brandt`s bat)의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야생형 킬리피시`와 이보다 수명이 훨씬 더 짧은(50%) `실험용 킬리피시`의 유전자들을 비교해본 결과, IGF1R 유전자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연구진이 찾아낸 또 하나의 유전자는 인간의 치매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렌자노 박사는 "우리가 이번에 찾아낸 유전자들은 수명을 조절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떤 종에서는 그것들이 노화를 촉진하지만, 어떤 종에서는 노화를 지연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킬리피시의 알이 휴면기(diapause)로 들어가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도 수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충(roundworm)의 경우에도, 휴면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츠 노화연구소 - 프리츠 리프만 연구소(독일 예나 소재)의 크리스토프 엥글러트 박사와 마티아스 플라처 박사도 같은 날 셀지에기고한 논문에서 킬리피시의 `배아`와 `성체의 뇌`에 발현된 휴면 관련 유전자의 패턴을 비교분석하여 유사한 결론을 도출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유전학자이자 이번에 발표된 논문 중 하나의 저자인 앤 브루넷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유전자들이 정말로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면, 다양한 유전공학기법(특정 유전자가 결핍된 녹아웃 킬피시 만들기 등)을 이용한 실험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험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브루넷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CRISPR-Cas9 기법을 이용하여 킬리피시의 노화관련 유전자 여럿을 변형한 바 있다(참고 3).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킬리피시를 수명연장약물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데도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교의 맷 캐벌린 박사(생화학)는 "킬리피시가 노화연구에 큰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실험동물들에 비하면,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선충, 초파리, 효모의 경우, 오랜 연구를 통해 수명을 연장/단축에 관여하는 유전자 목록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IGF1R과 같은 유전자들이 킬리피시의 노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므로 킬리피시가 차세대 노화연구의 핵심모델로 등장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논평했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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