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문재인 케어'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가능성 언급...계약지정제로 전환해야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재정책 시행을 둘러싼 재원확보 논란이 거세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문재인 케어'를 위한 재원확보 방안이 불투명하고,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따른 재정부담이 너무 커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행위별수가제'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총액계약제'로의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대만 총액계약제 사례를 포함해서 지불체계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장관이 직접 국감에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과 총액계약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총액계약제로의 지불제도 개편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워낙 커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의료공급자단체와의 의료수가 협상에서 협상에서 수가인상 부대조건으로 총액계약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수가협상 테이블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계는 총액제약제가 정해진 건강재정 재정 내에서만 진료하라는 것으로, 과소진료를 유도하고 중증환자 기피 등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총액계약제 도입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대만의 사례가 언급됐다. 

보건당국은 총액계약제 도입의 긍정적인 사례로, 의료계는 총액계약제 도입의 부정적인 사례로 대만을 언급한다.

앞서 대만은 1990년대 중반 전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 의료비 급증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총액계약제를 도입했다. 다만 한꺼번에 모든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한 게 아니라 1998년 치과부문을 시작해 한방, 의원급, 병원급 등으로 적용 대상으로 확대했다.

총액계약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각 요양기관은 외래와 입원진료에서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진료비를 지불받는다.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대만은 총액계약제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적용하면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아닌 계약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의 경우 중앙건강보험국(BNHI)과 개별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 계약을 맺고 있으며, 이렇게 계약된 의료기관은 총액계약제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적용받는다. 대만 의료기관 중 약 95% 정도가 매년 중앙건강보험국과 요양기관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계약제 하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행하는 것처럼 진료 건별로 정밀심사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별도의 진료비 심사평가기구를 두지 않고 있으며,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는 중앙건강보험국 산하 6개 지역분국(건강보험공단 지역지부)에서 맡아 심사를 한다.

지난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이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맞춰 진료비 심사를 지금과 같은 건별 정밀심사가 아니라 의료기관단위로 진료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심사시스템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심평원은 지난 8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에 맞춰 진료건별 심사를 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심사·평가시스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관별 경향심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에 대해서 의료인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심평원은 강조했다.

하지만 행위별수가제를 유지하면서 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하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추진과 보험재정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총액계약제 방식으로의 지불제도 개편이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아래에서 총액계약제 도입을 추진할 경우 의료공급자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대만처럼 건강보험 계약지정제를 도입해 총액계약제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원하는 의료기관만 건강보험제도에 들어올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 대응 방안으로 '비급여 진료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예외 허용'을 제안한 바 있다.

의협이 제안한 방안은 ▲미용, 성형 등 일체의 보험진료를 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요양기관 당연지정 제외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하는 특정 의료기관의 한시적(1년) 예외에 대한 선택권 부여 등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당연지정제를 계약지정제로 전환해 건강보험공단이 구매자 기능을 갖게 되면 보장성 강화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당연지정제와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추진할 경우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총액계약제와 함께 계약지정제를 도입하면 진료비 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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