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과 법안 발의한 국회의원 주장은 모두 거짓"

[라포르시안] '골절'이라고 하면 흔히 외부 충격으로 인해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걸 일컫는다. 골절은 주로 X-ray 촬영을 통해 진단을 한다.

그런데 X-ray 촬영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골절도 있다. '피로골절(스트레스골절)' 같은 경우가 그렇다. 뼈에 질환이 있거나 외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심한훈련 등으로 반복되는 자극에 뼈의 일부분에 스트레스가 쌓여 생긴 골절이다.

뼈가 완전히 부러지지 않았지만 계속 방치하면 완절골절 상태로 악화된다. 특히 대퇴골두의 피로골절을 방치하면 고관절이 망가져 인공관절 시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X-ray 촬영으로 골절선이 보이지 않지만 환자의 증상 등을 참고해 피로골절이 의심되면  MRI나 CT, 골주사 검사(bone scan)를 통해 진단을 한다. 또 X-ray 상으로 골절 소견이 보이지 않지만 연조직 부위의 음영 차이를 통해서 미세한 골절을 진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X-ray 등의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는 숙련된 기술과 고도의 판독지식을 요구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4년의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 다양한 임상증례를 접하고 교수의 지도 아래 직접 X-ray를 이용한 검사와 판독을 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한의사에게 X-ray와 CT,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법안(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수련병원의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목된다.

전국 수련병원 소속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은 13일 한의사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 허용 법안 발의에 부치는 대국민서신을 통해 해당 법안을 강력히 성토했다.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은 "한의사들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이 법안을 두고 한의사협회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만 있다면 정확한 진단, 편리한 진료, 안전한 치료 모두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한의협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X-ray를 이용한 골절 진단은 눈에 보이기 쉽고 단순하게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의원에서 촬영한 X-ray에서 골절이 없다는 이야기를 믿고 골절을 방치해 생기는 건강상 피해와 경제적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X-ray 등의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검사는 숙련된 기술과 고도의 판독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관련 기사: [편집국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판례와 여론조사로는 정당성 얻기 어렵다>

이들은 "모든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시 오진의 위험과 책임, 의료기기 사용 자체에 수반된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며 "그 중에서도 겉보기에 가장 간단해 보이는 X-ray기기의 사용이 체중계나 체온계와 같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상의학과 전공의들은 "학문의 기반이 다르고 판독능력이 전무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려는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환자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한의사협회의 왜곡된 주장만을 믿었거나,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 법안의 통과가 남의 일인 양 판독실만 지키고 있다면 한의사에 의해 국민이 올바른 진단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침묵한 의사들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국민들께 이 법안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사들이 되도록 계속해서 뜻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는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 허용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최근 한의협이 이들 법안을 발의하는 대가로 정치권에 금품로비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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