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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헬스데이터가 말해 주는 건...'저비용' 구조로 왜곡된 한국의료[뉴스&뷰] 매번 똑같은 보건의료 지표 순위 놓고 호들갑... 비효율적 지불제도·일차의료체계 미흡 등 진짜 문제 들여다봐야

[라포르시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리한 'OECD Health Data 2017'의 요약본을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요약본은 OECD가 2017년 6월말 공표하고 이후 보완된 보건지표(Health Statistics 2017) 중 주요 보건지표를 7월말 기준으로 추출해 2015년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OECD Health Statistics 2017(요약본) 바로 가기>

매년 발표되는 'OECD Health Data'는 34개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한국의 보건의료 질 지표 수준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1년 단위로 발표되기 때문에 그 내용에 들어있는 수치가 크게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 자료가 나올 때마다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마치 처음 본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OECD Health Data 2017' 요약본은 인용한 관련 보도,

 이번을 포함해 그동안 발표된 OECD 회원국의 보건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보건의료에 관한 특성은 명확하고 일관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OECD Health Data를 보면 한국의 임상의사(한의사 포함)나 임상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 수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적은데 비해 인구 수 대비 병상 수나 고가 의료장비 보유 대수는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많다.

전체 국민의료비 규모나 1인당 의료비지출 수준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는 횟수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민의료비에서 공적재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꼴지 수준이고,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최상위권이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의 'OECD Health Data 2017' 요약본

'OECD Health Data 2017'에 수록된 보건의료 관련 주요 지표에도 이런 특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총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11.5병상으로 OECD 평균(4.7병상)보다 2.4배 더 많다. 급성기의료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7.3병상으로  OECD 평균(3.7병상)보다 2배 정도 많다. 한국은 34개 OECD 회원국 중 일본(7.9병상) 다음으로 급성기의료 병상수가 많았다.

CT와 MRI 같은 의료장비의 인구 100만 명당 보유대수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았고, 34개 회원국 중 5~6위 정도로 보유대수가 많았다.
 
병상수와 의료장비는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의료인력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OECD 평균(3.3명)보다 1.1명 적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임상간호사수는 인구 1,000명당 5.9명으로 OECD 평균(9.5명)보다 3.6명 더 적다.

OECD 회원국 중 스위스(18.0명), 노르웨이(17.3명), 덴마크(16.7명, 2014년), 아이슬란드(15.5명)는 인구 1,000명당 15명 이상의 많은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의료인력은 크게 부족하지만 보건의료 이용횟수는 가장 많은 편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0회로 OECD 평균(7.0회)보다 2.3배 많았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국민 1인당 의사의 외래진료 횟수가 가장 많았으며, 일본은 12.7회(2014년)로 우리나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외래진료 횟수를 기록했다.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16.1일로 OECD 회원국 평균(8.2일)보다 2.0배 더 길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가 일본(29.1일) 다음으로 길었다. 게다가 OECD 회원국 평균 재원일수는 2010년(8.6일)과 2015년(8.2일)사이 0.4일이 줄어든 반면 한국은 0.3일이 증가했다.

의료시설과 의료장비는 공급과잉을, 의료인력은 공급부족 혹은 적정인력 미확보 상태에서 비교적 높은 의료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OECD 보건의료 지표상의 한국의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를 설명하려면 '박리다매식 3분진료', '저수가 기반의 행위별 수가제', '의료전달체계 부재' 등의 한국 의료시스템이 안고 있는 특수한 의료환경을 대입해서 분석해야 가능하다. 특히 한국의료에 내재된 '저비용' 구조는 OECD 보건지표에서 미스터리한 위상을 보이는 한국의료를 해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숫자는 적고, 병상과 의료장비의 보유대수는 많은 상황에서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가장 많고 평균 재원일수는 가장 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상의료비 지출 규모는 GDP대비 7.7%로 OECD 평균(9.0%)보다 낮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의 'OECD Health Data 2017' 요약본
표 출처: 보건복지부의 'OECD Health Data 2017' 요약본

이런 통계지표는 한국 의료시스템이 '저비용'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힘들다. 적은 수의 의료인력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준의 급성기 병상과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의사 외래진료 횟수를 기록하면서 전체 의료비 지출규모는 다른 국가들보다 낮다는 건 저비용 구조에서 의료인력의 초과노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람 값'에는 박하고 '기계 값'에는 후한 건강보험 수가체계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시스템인 점을 고려하면 저비용 구조는 곧 '건강보험의 저수가' 체계와 맞물려 있다. 특히 건강보험의 수가 보상체계가 '사람 값'에는 박하고 '기계 값'에는 후한 방식이란 점도 미스터리한 한국의 보건의료 지표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의료장비와 시설 중심의 수가체계였다. 의료인력이 제공하는 의료행위에 따른 수가 책정은 상당히 박한 구조이다보니 병원들은 의료인력이 늘 부족한 상태에서 노동력을 쥐어짜 박리다매식 3분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경상 의료비 중에서 정부·의무가입보험 등의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6.4%로 OECD 평균(72.5%) 낮고, 가계직접부담 비중은 36.8%로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편이다.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에는 소홀한 대신 민간을 통한 의료자원 공급 확대에 기대어 왔고, 건강보험 도입 초기에 '저부담-저급여-저수가' 체계를 적용한 탓에 경상의료비에서 공공보험이 차지하는 재원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역시 '한국인 연간 외래진료 16회로 OECD 국가 중 1위'라거나 '한국, 의료비 가계부담 OECD 3위'와 같은 표면적인 통계치에만 집중한다. 기존에 발표된 OECD Health Data에서 한국의 보건의료 지표별 순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입원환자 평균재원일수는 16.7일로 OECD 평균(8.8일)의 2배에 달했고, 국민 1인당 의사 진찰 횟수도 13건으로 OECD 평균(6.5건)의 2배에 달했다. 국민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은 2011년 기준으로 35.2%로 OECD 회원국 중 3위였다. 이번에 발표된 'OECD Health Data 2017'(2015년 기준)에 비해 수치만 조금 바뀌었을 뿐 보건의료 지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순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OECD Health Data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인 의료이용 횟수'와 '경상의료비 중 높은 가계직접부담'을 고장 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런 순위놀음이 아니다.

앞서 OECD는 지난 2012년 2월 작성한 '한국 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OECD HEALTH CARE QUALITY REVIEW: KOREA, OECD 보고서 바로 가기)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의원은 외과 수술과 입원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병원은 대규모 외래진료 분서를 운영하는 등 의원과 대형병원이 서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과잉경쟁을 하고 있다"며 "많은 의료기관이 규제 없이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총량 제한이 없는 행위별수가제에 의해 의료시장 경쟁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행위별수가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의사에 대한 보상 비용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한국의료의 개선 과제로 행위별수가제로 인한 비효율성, 일차의료체계 미흡, 질 향상을 위한 경제적 동기 부족, 환자안전과 경험관리체계의 부재 등을 지목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차의료체계 강화와 포괄수가제 확대 등의 지불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일차의료의 지역적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정적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일차의료에서 의료의 질 평가방법을 개선해 정책개발 및 재정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고, 지역의 보건의료 수요 및 부족에 대한 평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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