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78% 질환으로 인해 소득 감소 겪어..."20~30대 환자 많고 정부 지원 절실"

[라포르시안]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 10명 중 9명은 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 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상당수는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질환에 따른 치료비 부담은 높고, 질환으로 인해 취업 등의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으면서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진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희귀질환에서 제외대 산정특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희귀질환 관리법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유병인구 2만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크론병의 경우 이미 유병환자 수가 2015년 기준으로 1만8,000명을 넘어선 상태로, 조만간 희귀질환 관리법에서 규정한 '희귀질환' 정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환자들은 이 때문에 산정특례 적용(본인부담 10% 적용)을 받지 못해 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장연구학회(학회장 진윤태)가 ‘2017 행복한 장(腸) 해피바울 캠페인’ 일환으로 국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 59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3일부터 11일까지 염증성 장질환 관리 행태를 살펴보고 경제적ㆍ사회적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5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표 출처: 대한장연구학회
표 출처: 대한장연구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해 학업이나 업무, 가사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이 93.2%에 달했다.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46.9%)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이 77.8%에 달했고 현재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 환자 중 질환으로 인해 직장생활 혹은 학교생활을 중단했다는 응답도 76.2%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희귀질환관리법 제정에 따른 정부의 산정특례 대상 질환 조정 작업과 관련해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할 때 98.9%가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고 응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크론병 진료인원은 약 1만8,000명에 달한다. 크론병 진료인원 중 절반이 20~30대이며, 이 중에서 20대가 29.3%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고충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정서적으로 우울감 및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7.3%에 달했고,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52.0%로 조사됐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질환에 따른 치료비 부담은 높고, 질환으로 인해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한 달 평균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50~100만원'이라는 비율이 20.7%에 달했다. 응답자의 73.9%는 '5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환자들이 비급여 치료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30.0%로 나타났고,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는 환자도 32.9%나 됐다. 응답자의 83.2%는 치료비 부담으로 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표 출처: 대한장연구학회
표 출처: 대한장연구학회

치료비 부담은 높은데 반해 소득은 평균보다 낮았는데, 본인 소득을 기준으로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이 46.9%였다. 이는 염증성 장질환이 10~20대의 젊은 환자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구 월 평균 소득 역시 399만원 이하(2016년 기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약 442만원)인 가정이 전체의 66.0%를 차지했다.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 76.2%는 질환으로 인해 직장생활을 그만두거나 학교 생활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창 사회생활이 활발해야 할 30대가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88.1%로 조사 대상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업무/학습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76.6%)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질환은 20~30대 젊은 층의 구직활동에도 영향을 미쳐서 이력서 작성과 면접 등의 구직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이 77.6%에 달했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크다 보니 전체 응답자의 80.0%는 희귀질환자 대상의 의료비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정부 지원 중 진료비 본인부담이 큰 중증질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경감해주는 산정특례 제도 혜택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만약 염증성 장질환이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응답이 98.8%로 집계됐다. 거의 모든 환자들이 정부 지원이 축소될 경우 치료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의미다.

장연구학회 진윤태 회장(고대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조사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질환 자체로 인한 고통도 심각하지만 학업이나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적지 않고, 이는 다시 소득 및 경제적 활동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됐다"며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은데 치료비 부담은 줄지 않다 보니 환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최근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 분류 과정에서 산정특례 대상 질환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20~30대의 젊은 환자들이 많고, 만성 중증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커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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