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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으로 13년 누워지냈던 세가와병 환자...진단받지 못한 '의료난민' 줄어드나복지부 '희귀질환 지원대책' 수립...의료비 지원 대상 질환 확대하고 ‘미진단자 진단지원 프로그램’ 도입
이미지 출처: sbs 뉴스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작년 12월에 한 희귀질환 환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환자는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0년 넘게 재활치료만 받으면서 휠체어 신세를 졌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한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뇌성마비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혹시나 싶어 받은 희귀질환 유전자검사에서 뇌성마비가 아니라 '세가와병(Segawa syndrome)'이란 진단이 나왔다. 10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으면 병상에 누워 지냈는데 세가와병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하자 일주일 만에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처음에 뇌성마비로 진단한 병원이 오진을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세가와병은 뇌성마비·파킨슨병과 증상이 거의 유사하고, 100만 명에 1명꼴로 발생한 정도로 극희귀질환이라 진단해 내기가 어렵다.

질병관리본부조차 '희귀난치성질환 헬프라인' 사이트를 통해 "세가와 증후군의 정확한 유병인구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연구자들은 이 증상이 오진되거나 진단되지 않아서 정확한 인구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해 놓을 정도다.

세가와병 환자의 안타까운 사례처럼 진단 지연이나 오진으로 여러 병원을 떠도는 '의료 난민' 신세인 희귀질환 환자가 적지 않다. 이들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 위해 난민처럼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 다니며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이 때문에 의료전문가들과 희귀질환 환자 가족들은 자신의 병명도 진단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는 미진단 희귀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게끔 의료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한국희귀질환재단은 "한국에서는 2~3만 명의 희귀질환자만 실제로 진단받고 등록되어 정부의 의료비지원 정책으로 지원을 받는다. 나머지 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부분의 희귀질환 환자는 진단받지 못한 채 오진돼 있거나 난민처럼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받기 위해 헤매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러한 국내 희귀질환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희귀성, 난치성, 유전성이라는 희귀질환 특성에 근거한 관리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15년 미국에서 제작된 미개봉 독립영화 '진단 받지 못한, 의료난민'(Undiagnosed, 'Medical refugee')

다행히 지난 2015년 12월 희귀질환 치료 지원과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골자로 한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됐고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2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희귀질환관리법은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5년 단위로 '희귀질환관리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효과적인 희귀질환관리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에 '희귀질환지원센터'를 두도록 했다. 희귀질환지원센터는 희귀질환의 진단 및 치료 등에 관한 신기술의 개발·보급과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복지부가 의료법 관련 규정에 따른 의료기관 중 시설, 인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곳을 희귀질환전문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희귀질환관리법 시행 이후 복지부는 작년 12월에 국가 차원의 희귀질환 관리를 위한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관리체계 미흡,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 등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희귀질환 환자들을 직접 만나 치료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희귀질환 범위 늘리고, 의료비 등 지원 확대

복지부는 지난 13일 희귀질환의 진단·치료 지원, 의료비 부담 경감 등 종합적인 희귀질환 지원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복지부가 이번에 마련한 종합 지원대책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희귀질환의 범위를 확대하고, 희귀질환으로 인한 ;의료 난민'을 해소할 수 있게끔 조기진단 체계를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복지부는 희귀질환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희귀질환관리법의 법적 정의에 따른 희귀질환 927개를 지정해 희귀질환 목록을 마련했다.

이번 희귀질환 목록에는 그동안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산정특례(외래 밎 입원시 본인부담률 10% 적용)로 경감 대상이었던 827개의 기존 희귀질환 외에도 작년 8월부터 환자와 가족, 환우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희귀질환 조사를 거쳐 발굴한 100개 희귀질환을 새로 추가했다.

희귀질환 대상이 100개 늘어남에 따라 약 1,800명의 희귀질환자가 추가로 건강보험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극희귀질환인 '가성 장폐색'을 앓고 있는 유다인(5) 양을 만나 색칠하기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명확한 진단명이 없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도 심사를 통해 산정특례를 받거나(상세불명 희귀질환 산정특례), 의료기술 발달로 새롭게 확인되는 염색체이상(염색체 결손, 중복 등) 환자도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는 앞으로도 희귀질환 지정을 위한 신청을 상시 접수하고 희귀질환 신규 지정을 위한 심의를 정례화해 추가지정이 필요한 질환의 지정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접근성도 강화된다. 이미 지난 7월 도입된 ‘의약품 허가초과 사용 사후 승인제’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및 치료방법이 신속하게 실제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자의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인 '진단 방랑'(diagnostic odyssey)을 최소화하고, 조기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진단 지원과 권역별 거점센터 지정이 확대된다.

복지부는 유전자 및 임상검사 결과로도 원인이나 질환명을 알 수 없는 경우 ‘미진단자 진단지원 프로그램’을 적용해 추가 정밀검사, 가족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진단 및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희귀질환자의 의료 접근성과 진단-관리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현재 경북과 경남, 충청, 혼암 등지에 4개소인 권역별 거점센터를 내년까지 11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미진단자의 새로운 질병 유전자를 발굴하는 희귀질환 진단기술을 개발·보급해 진단율도 높여나갈 예정이다.

안윤진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의료비 부담 경감 및 진단․치료 등 희귀질환자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고, 희귀질환 연구, 국가등록체계 마련 등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반 국민들의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증대 및 사회적 인식변화 제고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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