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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5개월의 독서 대장정…Book소리 연재를 쉬기로 했습니다양기화('북칼럼니스트'이자 '성실한 리뷰어', 병리과 전문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평가위원)

[라포르시안] 먼저 지난 3월 13일 이후 별도의 예고 없이 Book소리가 이어지지 못한 것에 대하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스티븐 풀의 <리씽크, 오래된 생각의 귀환>의 원고를 드리면서 데스크에는 저의 뜻을 밝혔습니다만, 독자 여러분들께는 공식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도 있는데,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습니다. 데스크에서도 Book소리를 마무리하면서 가지는 생각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매주 쓰는 Book소리 보다도 더 부담이 되었던지 생각을 가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Book소리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양기화의 Book소리'는 2011년 10월 4일, 라포르시안 창간과 함께 시작한 바 있습니다. 창간을 앞두고 라포르시안 편집국에서 창간 기념으로 원고를 부탁했을 때, 기왕이면 매주 고정으로 기회를 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했던 게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2017년 3월 13일까지 매주 월요일 만나온 Book소리는 그동안 모두 281편의 원고를 썼고, 그 가운데 280편이 라포르시안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양기화의 Book소리 리스트 전체보기>

되돌아보니 5년 6개월 가까이 연재해오면서 한 번은 Book소리를 하루 늦게 울린 적이 있고,  두 번은 아예 울리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하루 늦었던 적은 어머님 상을 치르느라 책은 읽었지만 원고를 제 시간에 쓰지 못하고 하루 늦어졌던 것입니다. 울리지 못한 두 번 가운데 한 번은 2016년 설 연휴가 수요일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다음 주 Book소리와의 간격을 고려해 한 주 쉬기로 했던 것입니다. 연재를 시작하고는 처음 있었던 일입니다. 한번은 데스크와의 견해차이 때문에 보냈던 원고가 나가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마감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 저녁까지는 틀림없이 원고를 보내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가끔은 데스크의 재촉을 받은 적이 없지 않았습니다.

매주 책을 읽고 원고를 쓰는 일이 처음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막상 해를 넘기면서 원고를 쓰는 것보다도 책을 고르고 읽어내는 일이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일단 책을 고르는 일은 저의 책임(혹은 마음대로?)이고 쓰는 일도 제 몫이었으니 사실상 모든 것이 제 뜻대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저의 책읽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던 만큼 독자여러분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하였던 것이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소개드린 책은 반덕진 교수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였습니다. 이미 골렘이 되어버린 현대의학이 자칫 지향할 바를 잃고 헤매고 있는 듯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의학은 몸의 철학이고, 철학은 영혼의 의학이다.”라고 하신 반덕진교수의 말씀처럼 ‘의학을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하여 Book소리를 의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공간으로 가꾸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소개해드렸던 책의 면면을 살펴보니 처음에는 신간 중심이던 책들이 때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으로 거슬러가기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분야 역시 정말 다양해져서, 의학은 물론 각종 역사, 철학, 소설, 교양서, 심지어는 자기계발서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야말로 닉 혼비의 말대로 런던 스타일의 책읽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저도 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던 책도 있었습니다. 아니 읽기 전에는 Book소리에서 소개하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었습니다. “책은 어려워야 하고, 어렵지 않으면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도 문제(닉 혼비 지음,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12쪽, 청어람미디어, 2009년)”라던 닉 혼비의 한 마디에 촌철살인의 묘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만 독서가 레저활동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의 말도 새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양기화의 북소리'가 인연이 되어 2014년 4월 12일 방송된 KBS 1TV 'TV 책을 보다'란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사진 맨 오른쪽

책에 따라서 Book소리를 정리하는 방식을 달리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Book소리가 리뷰의 수준이라기보다는 독후감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그저 책내용을 요약한 경우도 많았다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그런 생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Book소리를 이어갈 힘을 잃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말에는 원고를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는 것도 부담이 점점 커지게 된 것도 일조를 하였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전에 모셨던 위원장님의 은근한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Book소리에서 소개할 때 적은 바 있습니다만, Book소리를 읽으면 책을 따로 읽지 않아도 내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겠다는 것과 내용이 너무 길어서 부담이 된다는 조언을 주셨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책을 고른 적도 많이 있습니다만, 가급적이면 리뷰를 쓰신 분의 생각보다는 책의 내용을 집중해서 읽는 것은 그 분의 생각에 끌리다보면 막상 책을 읽었을 때 다른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Book소리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대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Book소리 내용에 이끌려 혹은 무슨 소리인지 분명치 않아 책을 직접 읽으신 분들도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경우가 다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무리까지 정한 분량을 채울 이유는 없을 듯해서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을 믿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내용의 글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겠다는 말씀으로 여운을 남기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양기화의 Book소리'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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