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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최초로 '손씻기'를 주장한 의사는 놀림을 당했다리씽크 / 스티븐 풀 지음 /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펴냄, 2017년

[라포르시안]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바 있는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는 자신의 지체장애를 딛고 일어섰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희망을 심어주는 설교사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입니다. 그는 유전질환인 해표지증(海豹肢症, phocomelia)이라고 하는 테트라-아멜리아 증후군(Tetra-amelia syndrome)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우리말로는 바다표범손발증이라고 하는 이 질환은 양쪽 팔 또는 다리가 없거나, 있어도 불완전한 선천성 기형입니다.
 
지금은 잊혀진, 해표지증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탈리도마이드 약화사고입니다. 1957년 독일의 제약사 그루넨탈(Grunenthal)이 개발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뛰어난 진통, 진정효과를 보이는 반면 동물시험에서 많은 양을 써도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별다른 부작용도 없는 ‘기적의 약’이었습니다. 특히 임산부의 입덧에 잘 들어서 처방전 없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매 이듬해부터 해표지증을 가진 기형아출산이 늘었고, 1961년 11월 독일의 한 신문이 탈리도마이드가 기형아출산과 관련이 있다는 기사를 내면서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철수 전까지 이 약은 유럽과 아프리카, 일본을 포함해서 40여개 국가에서 사용되었고, 그 사이에 탈리도마이드 복용과 관련된 기형아 수는 10,0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탈리도마이드 관련 기형아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이 약이 FDA에서 승인받는 과정에서 켈시(Frances Oldham Kelsey) 심사관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보완을 요구하는 바람에 시판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보건과 직결된 사안에서는 산업을 고려한 규제철폐보다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놀라운 점은 시장에서 퇴출된 탈리도마이드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964년 이스라엘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한 피부통증을 호소하는 남성 한센병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를 처방하여 증상을 극적으로 개선한 바 있는데, 이를 계기로 탈리도마이드의 항염증치료효과가 재발견되었고, 한센병 환자의 합병증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탈리도마이드가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해표지증은 입덧이 심한 임신초기에 태아의 팔과 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리도마이드의 혈관생성억제효과는 항암제개발로 이어졌고, 2006년에는 셀젠(Celgene)사에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얻었습니다. 저주받은 약, 탈리도마이드가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것입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규제철폐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과 용도폐기된 약품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각광받는 신약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바로 두 번째 배울 점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리씽크>를 소개합니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스티븐 풀은 ‘재발견의 시대’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제 때를 만난 아이디어’들을 다루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들은 수백 년, 심지어는 수천 년 전에 태동한 것도 있는데, 누군가에 의하여 조명을 받기 전까지는 잊히거나 심지어는 조롱당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리씽크(rethink)의 의미’는 ‘1. 어떤 생각을 다시하다. 재고하다, 2. 생각하는 방식을 달리하다’입니다. 혁신을 이끄는 창의적 사고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종종 다른 영역에 속하는 기존 아이디어들을 통합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7쪽)’라는 저자의 생각은 ‘통섭’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부합합니다. 저자 역시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어 “통섭의 천재‘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리씽크>에서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헤겔철학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헤겔이 인간 사유의 산물 자체, 즉 ‘개념(Idee)’을 일종의 논리적 범주로서 스스로 운동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처럼, 저자 역시 “아이디어의 세계는 움직이는 표적과 같다. 아이디어가 상어처럼 살아 있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아이디어는 어떤 대상인 동시에 과정이다. 계속 재고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18쪽)”라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3부로 된 이 책의 1부의 ‘명제’에서는 오래된 아이디어가 가진 잠재적 힘을 논하고, 2부 ‘반명제’에서는 모든 아이디어가 이전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론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아이디어라고 해도 과거의 요소를 포함한다는 한계를 분명히 합니다. 3부 ‘예측’에서는 잊힌 아이디어 가운데 써먹을 만한 것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논합니다. 정반합(正反合)의 개념으로 정형화된 헤겔의 변증법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물은 본질적으로 끊임  없는 변화 과정에 있는데, 변화의 원인이 내부적인 자기부정, 즉 모순에 있다는 변증법적 설명이야말로 저자의 아이디어에 부합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제1부 ‘명제’를 읽다보면 ‘옛 것’이라고 하면 무조건 터부시 하는 우리사회의 의식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찍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말한 선현들의 심오함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옛것의 충격’이라는 제목으로 ‘명제’편을 시작한 저자는 2001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이 기마대를 운용하게 된 뒷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위성전화와 레이저로 폭탄투하를 유도하는 현대전에서 기마대가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전투현장을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겨우 몸을 빼낸 미군이 19세기의 전쟁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이론에 눈을 돌렸는데. 그의 <전쟁론>이 미완성이었기 때문에 이라크전쟁에 이르서야 ‘현지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 아이디어가 폐기된 것은 기술적 제한이 있었다거나 하는 등, 당시의 상황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키백과에서는 다윈이 <동물학(1796)>에 ‘모든 온혈 동물은 자신의 일부를 변형하는 힘을 갖고 있고, 이렇게 개량된 형질은 자손에게 이어진다’라고 기록했다고 적고, 라마르크는 <철학적 동물학(1809)에서 “동물들은 일생동안 자신의 필요에 의해 특정 형질을 발달시키며 이를 자손에게 물려준다”라고 적어 다윈의 학설을 이어받았다고 정리하였습니다. 하지만 <리씽크>의 저자는 라마르크의 진화론은 다윈보다 앞선 것이라면서 라마르크의 불운을 안타까워합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20세기 들어 발전한 유전학의 설명에 힘입어 진화의 핵심이론이 되었고,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용도폐기되었습니다.(위키백과, 용불용설 참조) 하지만 최근 유전자의 발현과정에 후천적 요인이 작용하여 유전될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이 발전해감에 따라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힘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산모를 진찰하기 전 손씻기를 지도하고 있는 제멜바이스<그림 뒤쪽 가운데>.

빠진 조각을 제대로 찾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편견 때문에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의사 제멜바이스의 사례도 있습니다. 19세기 말 비엔나 종합병원의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던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당시 치사율이 높던 산욕열의 원인을 발견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세균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의대교육이 이루어지는 산과병동과 조산사교육만 이루어지는 산과병동 간에 산욕열의 발병비율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 제멜바이스는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의 부검을 마친 의사와 의대생들이 병동에서 산모를 진찰할 때 소독제로 손을 씻도록 하자 산욕열이 경이롭게 감소한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제멜바이스는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지만, 기존의 산과학계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제멜바이스의 블랙박스는 세균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부재였던 셈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하여 블랙박스를 해체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과거에 용도폐기된 기막힌 아이디어를 오늘에 되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리씽크가 그 길의 안내자입니다.

2부 ‘반명제’에서는 모든 아이디어가 이전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파합니다. 16세기 후반 들어 수리천문학이 발전하고 새로운 과학적 도구들이 발명되면서 고전시대부터 전해온 명제들이 모두 옳다는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고대의 권위에 매몰되어 새로운 생각을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새로운 이론을 낸 사람조차도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1514~1564년)의 명저 <인체 구조에 관하여>(De Humani Corporis Fabrica)가 나오기 전까지 갈레노스의 해부학이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129년 9월 1일 ~ 199년?)가 해부학의 이론을 정리할 때만해도 인체해부는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에 동물해부를 통하여 얻은 지식이 전부였습니다. 유럽에서 인체해부가 가능해진 것은 12세기 들어서였고, 인체해부의 오랜 성과를 베살리우스가 집대성하여 갈레노스 해부학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유럽의 지성들이 고대의 권위에 기대는 분위기는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만유인력을 발견하여 고전역학의 기반을 세우고, 미적분학의 발전에 기여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가운데 1명으로 꼽히는 아이작 뉴턴조차도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업적에 겸양을 표시하였습니다. 여기서 거인은 그리스에까지 거슬러가는 선대 학자들을 의미합니다. 토마스 쿤과 함께 과학사회학의 토대를 마련한 로버트 머튼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서 밝힌 이 말의 근원은  1130년에 “우리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과 같기 때문에 고대인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볼 수 있다.”라고 한 사르트르의 베르나르에 이른다고 합니다.

저자는 망원경, 컴퓨터처럼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도 일반적으로 평가받는 것보다는 더 많은 과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한 발 물러납니다. 완전히 새로워 보이는 이론과 기술에도 뜻밖의 조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듯한 아이디어라도 궁극적인 진실성 여부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다시 동력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상식에서 어긋난다고 해도 상식을 뒤흔드는 것이 리씽크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음모론 역시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MMR백신이 자폐증을 초래한다거나, 아폴로 우주계획의 달착륙이 조작되었다거나, 심지어는 지구가 구형이 아니라 편평하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이미 증거들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는 음모론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린 아이디어도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아무 아이디어도 없는 것보다는 틀린 아이디어가 되돌아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틀린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천동설을 뒤엎은 코페르니쿠스에 지동설에 반대한 티코 브라헤의 이론을 예로 들었습니다. 태양을 비롯하여 별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무너뜨린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나름의 천구를 따라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밖에 있는 천구에는 고정된 항성들이 있다고 생각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초신성의 폭발을 관찰한 티코 브라헤는 코페르니쿠스에게 남아 있던 천구의 개념을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물론 지구와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과 항성이 공전한다는 주장이 오류였지만 말입니다.

3부 ‘예측’에서는 어떤 오래된 아이디어를 되살려서 바로 지금 세상을 개선할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분배정의와 선악의 판단 등을 논하면서 저자는 ‘오래된 생각이 되돌아오려면 사악한 역사를 한쪽으로 치워서 불가촉 지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라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매사에 편견을 가지고 확신하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이로써 지금은 숨겨져 있는 진실이 모습을 드러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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