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서울병원 유병욱 교수, 호흡정지 남성 목숨 구해...선의의 응급의료행위로 의료분쟁 휘말릴 우려도

사진 왼쪽부터 순천향대 서울병원 유병욱 교수, 김용현 팀장, 이우령 교수, 박은선 간호사. 사진 제공: 순천향대 서울병원
사진 왼쪽부터 순천향대 서울병원 유병욱 교수, 김용현 팀장, 이우령 교수, 박은선 간호사. 사진 제공: 순천향대 서울병원

[라포르시안] 한 대학병원 소속 의료진이 캄보디아행 비행기에서 신속한 응급조치로 승객의 목숨을 구했다.

6일 순천향대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이 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와 이우령 교수(소아청소년과), 박은선 간호사가 캄보디아행 비행기에서 호흡정지로 의식을 잃은 50대 한국인 남성을 상대로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 병원의 국제의료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유병욱 교수는 이날 코이카(Koica, 국제협력단) 업무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한지 15분 후 의사를 찾는 다급한 기내방송이 울렸다.

유 교수 일행이 기내방송을 듣고 곧바로 달려갔지만 환자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유 교수가 신속하게 환자의 기도를 확보한 후 체온과 맥박 등을 측정했지만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혈당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유 교수는 곧바로 승무원에게 혈당측정기와 산소통을 요청했다. 환자의 당 수치는 180~200사이였다.

당 조절이 안 되면서 저혈당 쇼크가 온 것으로 판단한 의료진은 환자의 목에 베개를 받히고 다리를 높게 들어올렸다. 다행히 환자가 호전되자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산소를 투여했다.

유병욱 교수는 환자를 부축해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수시로 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한 번 더 쇼크 증상이 왔고, 다시 응급조치를 취해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유병욱 교수는 “사람의 생명을 살려냈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순천향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 몇 번의 응급상황이 생겨도 최선을 다해 인간사랑의 설립이념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유병욱 교수가 비행기 내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목숨을 구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년 전에도 업무로 몽골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도가 막혀 호흡정지 상태에 빠진 몽골 어린이의 생명을 구한 바 있다.

사진 출처 : 대한항공 홈페이지
사진 출처 : 대한항공 홈페이지

다급한 닥터콜에 "나갈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제도  

한편 평균 1만km이상 고도를 유지하는 국제선 기내에서는 낮은 기압과 습도 등으로 인해 응급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비행기 내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승객으로 탑승한 의사가 닥터콜에 선뜻 응하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관련 기사: [The 만나다] 사이비 의료와 싸우고, 기내 응급환자를 살리고…‘오지랖 의사’>

의사라 하더라도 자신의 전공과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고, 기내에 어떤 의약품이나 의료장비가 비치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닥터콜에 응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감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가 자칫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8년 닥터콜에 대한 의료진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Aviation Medical Assistance Act'를 제정하고 응급환자 진료 후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에  고의성이 없고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 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8년 일반인이나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실시한 응급의료행위에 대해 민사상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책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을 감면토록 '응급의료법 제5조의2(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일명 착한 사마리안법)을 신설했다.

하지만 중대한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선의의 의도로 응급처치를 한 것이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미항공우주의학협회에서 회원 2,3000명을 대상으로 닥터콜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850명의 응답자 중 533명(62.7%)만이 진료에 응했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