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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女전공의에 정형화된 여성 역할 강요…모성학대·성희롱 다반사인권위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인권 실태조사’ 결과…“높은 노동강도, 인력부족 등 복합된 결과”

[라포르시안]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료현장에서 심각한 모성학대와 성차별 및 성희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임신한 간호사에게 근무상 불이익을 언급하면서 낙태를 강요하거나 임산부에게 금지된 야간근무도 만연해 있었다.

환자나 보호자, 남자 의사 등에 의한 성희롱과 폭언은 물론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여성 간호사에게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일을 지시하거나 회식 같은 자리에서 '꽃'이 되기를 강요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장 노동집약적 조직인 병원에서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에 대한 모성보호가 극도록 취약하고, 성차별과 성희롱, 폭력 및 폭언 등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차별과 모성학대나 성차별 등이 인권침해라는 인식은 크게 부족해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임신·출산 등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 침해 일상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지난 19일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 모성보호 등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인권위는 작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전국 12개 병원의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전공의 등 여성보건인력 1,130명을 대상으로 여성종사자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해 고용 과정에서의 성 차별, 모성보호, 직장 내 폭력 및 성희롱 등에 관한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경우 '채용시 미혼 선호 경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58.3%가 '약간 혹은 많이 있다'고 답했다.

채용시 키, 몸무게, 외모 등 신체적 조건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55.3%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자신의 직종이 여성이 많기 때문에 병원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나 행정 과정에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49.8%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자신의 직종이 여성이 많기 때문에 타부서 직원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37.6%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여성 전공의는 간호사·간호조무사보다 고용상 성 차별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여성 전공의의 경우 채용시 미혼 선호 경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77.8%가 '약간 혹은 많이 있다'고 응답했고, 여성이기 때문에 교육훈련, 배치, 승진, 승급상 불이익을 당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53.0%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했다.

채용시 키, 몸무게, 외모 등 신체적 조건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응답자의 41.2%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했고, 자신의 직종이 여성이 많기 때문에 병원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나 행정 과정에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5.3%가 '약간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임신과 출산 등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선후배의 눈치를 보거나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다는 비율이 높았다.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경우 동료나 선후배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 물었을 때 28.6%가 '거의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10.9%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체 응답자의 39.5%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여성 전공의는 더 심했다.

동료나 선후배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할 수 있다고 느끼는지 물어보았을 때, 34.0%가 '거의 그렇지 않다'고, 37.4%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71.4%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휴가를 비롯해 임신 중 근로전환 요구 및 근로시간 단축, 출산전휴 휴가, 유급 태아 검진 시간 등의 모성보호 관련 법적 권리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게다가 이뤈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되는 모성권에 대해 직장에서 각각의 항목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 출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각각 94.9%, 96.4%로 높았다. 반면 유급 수유 시간에 대한 인지도는 26.0%로 가장 낮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인지도는 29.3%, 유급 태아 검진 시간의 인지도도 44.5%로 낮은 편이었다.

여성 전공의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에 비해 모성권에 대한 인지도가 더 낮았다. 출산전후 휴가에 대해서만 92.5%가 인지하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모성보호 관련 제도에 대해 50% 이하의 인지도를 보였다.  여성 전공의의 경우 임신 당시 병원에서 정규시간외 초과 근로 경험에 있어서 22.6%가 '약간 있다'고, 54.8%는 '매우 많이 있다'고 답했다.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에게 임신 당시 병원에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근로 경험을 묻자 21.1%가 '약간 있다'고 응답했으며, 17.3%가 '매우 많이 있다'고 답했다.

임신 중 야간 근로의 자발성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의 경우 59.8%가 '자발성이 없었다'고 답했고, 여성 전공의는 76.7%가 '자발성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병원 내에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신체 및 언어 폭력, 성희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 내에서 신체 폭력, 언어 폭력, 성희롱을 받은 경험에 대해 물었을 때 응답자의 11.7%가 '신체 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44.8%는 언어 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성희롱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7%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여성 전공의는 14.5%가 '신체 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55.2%는 '언어 폭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 그리고 16.7%는 '성희롱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간호사와 여성 전공의에게 신체 폭력과 언어 폭력, 성희롱을 하는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전공의의 경우 신체 및 언어 폭력, 성희롱의 가해자가 의사라는 답변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여성전공의에게 신체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의 66.6%가 환자였고, 의사가 38.1%였다. 언어 폭력의 경우 환자 보호자가 60.0%, 환자가 58.8%, 의사가 53.8%였다. 성희롱은 환자, 의사가 각각 58.3%였다.

간호사나 의사 아닌 정형화 된 여성 역할 강요하기도 

설문조사와 함께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서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성권 침해와 성차별, 성희롱 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간호사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키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여성의 역할을 요구해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증언도 많았다.

한 간호사는 "무슨 행사 때마다 항상 불려갔어요. 간호사들 오프자들이라든지 말로는 자원봉사라고 하는데 도우미라든지 그런 분들처럼 양 옆에 서 있고. 병원에 이사장이 외부 손님이 온다 그러면 협력업체가 온다고 하면 양 옆에 유닛 매니저들 수간호사들이랑 함께 또 얼굴 이쁜 애들만 데리고 가요. 양 옆에 일렬로 서가지고 오면은 '솔' 톤으로 꼭 '어서오십시오' 인사 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회식 등의 자리에서 남성 의사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춤을 추거나 장기자랑을 하도록 동원되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간호사는 "입사하고 얼마 안 있다가 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들 불러다놓고 장기자랑 시키는 그런게 있었다. 간호사 식구들 한복 입혀놓고 거기서 인사 시키고 이런 다과 같은 거 다 나르게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병원내 모성보호, 폭력, 성희롱 실태와 관련해 심각한 인권침해 수준의 이야기도 나왔다.

“네가 지금 여기서 애를 가지면 너 근무 안 나오니까 네가 애를 지우든지 나가든지 하나 해라, 그래서 결국에는 낙태했다는 게 있어요.”

“각서를 쓰게 했어요. 임신을 하면은 간호부에 가서 나이트를 한다, 나는. 그런데 애한테 무슨 문제가 생겨도 병원에 이의제기 하지 않는다. 나의 문제다, 병원 책임이 아니다.”

간호사들의 모성권 침해는 대부분 인력 부족에서 비롯되기 일쑤다.

“제가 임신을 했을 때 ‘나이트하지 마세요’ 이런 게 처음 들어올 때였어요. 그런데 서명, 각서 쓰고는 ‘해도 돼’이랬거든요. 그때 당시 제 생각은 내가 안 하면 내 동료가 내 것 6개에서 9개를 나눠가져야 되는 상황이니까 저는 안 한다는 얘기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리고 과장님이 부르는데 ‘할 거니, 안 할거니?’ 이렇게 물어보시는데, 해요, 서명하고 나왔죠."

여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배려로 이해해 기계적 평등을 주장하는 남성 의사들의 인식이 여성 전공의들에게 큰 장벽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조치가 여성을 특별 대우하는 것이므로 부당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한 여성 전공의 1대 1 인터뷰에서 "다 그렇진 않겠지만 남자 의사들이 너무 똑같이 하려고 하는 그런 게, 여자라서 배려를 해줘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왜 자기들이 배려해줘야 되냐, 그것을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게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전공의의 모성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에게 집중된 과도한 업무 때문이었다.

한 여성 전공의는 "일단 같이 일하는 전공의 입장에서 누가 임신을 했다 그러면 축하는 해주지만 사실 제일 피해를 많이 보는 것도 동기다. 교수님은 그냥 축하해주고 한 명이 없지만, 동기는 그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을 다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없는 3개월 동안 사실 마냥 좋아해주고 축하해줄 수만은 없다. 이 사람이 나빠서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뒷받쳐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그냥 내가 없으니까 네가 다 해라, 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업무 특성상 임신·출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 속에서 임신·출산후 휴가를 가는 여성 전공의를 비난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거다.

이런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인권위는 "간호사와 여성 전공의 모두 법적으로 보장된 모성보호 관련 권리조차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며, 아예 권리를 주장할 엄두조차 못내는 까닭은 많은 업무량, 긴 노동시간, 높은 노동강도, 적은 인력 등이 복합된 결과였다"며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적은 상황에서 모성보호와 관련된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오히려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인권위는 "간호사와 여성 전공의의 모성보호를 위해서는 이들의 업무량 감소와 근로조건 개선, 이를 위한 인력 충원이라는 세 요소가 함께 해결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병원내 폭력 및 성희롱이 빈번한 이유로 간호사와 여성 전공의 모두 병원의 무관심과 대응 부족, 그리고 부적절한 관리 행태를 꼽았다"며 "병원내 폭력 및 성희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예방관리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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