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요구 여성 모임, '검은 시위' 계속…"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해야"

지난 10월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73개 여성·사회 단체가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출처: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angnam10th/) 갈무리
지난 10월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73개 여성·사회 단체가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출처: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angnam10th/) 갈무리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를 추진하다 논란이 거세자 결국 현행대로 1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형법상 ‘낙태죄’ 규정의 폐지 촉구 운동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폴란드에서 '전면적인 낙태 금지법'에 반발해 수만 명의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선 것처럼 국내에서도 지난달에 '검은 시위'가 열렸다. 

지난달 17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성과재생산포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에 참여하는 70여개 여성·사회단체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 의사를 처벌하는 관련 법안 철회와 함께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더 이상 국가의 인구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안에서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임신중절에 대한 비범죄화를 기초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오는 20일 오후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다. 

이번 시위를 주최하는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BWAVE (Black wave)’는 앞으로 2주에 한 번꼴로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현행 형법 제269조(낙태)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근거 규정이다.

형법 제269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고,  제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해 낙태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근거 규정이다.

BWAVE는 "여성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국가가 더 이상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항, 형법 제270조 제1항의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국가의 통제를 벗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젠더 관점 결여된 부실한 한국의 ‘여성 건강지표’>

BWAVE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본다"며 "또한 OECD 30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고자 고군분투하는 한국 사회는, 여성 인권의 면에서 얼마나 선진국을 본받고 있는가"를 되물었다.

이 사회가 낙태를 범죄를 규정하고 처벌하면서 원치 않는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불행한 삶은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 부조리한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인구정책 수단으로 전락한 여성의 몸…임신중지는 죄인가, 권리인가>
 
BWAVE는 "낙태반대론자들은 생명인지조차 불분명한 태아를 위하느라, 많은 여성들이 임신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현실을 외면한다"며 "건강을 해치고 범법자가 되면서까지 불법낙태 수술을 감행하는 여성들의 입장도 헤아리지 않는다. 원치 않는 출산을 한 자들이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한데도, 그 밑에서 자랄 아이들의 불행한 삶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선택할 권리를 주지 않고서 덮어놓고 낳으라고 하는 것은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는 일이 아니다"며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임신과 출산을 하며 양육의 부담까지 전적으로 짊어지는 여성을 무시한 채,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국가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대하는 것은 생명존중이 아니며, 그것은 여성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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