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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학대받는 모성…인권위, 여성종사자 인권증진 정책 권고"인력부족 문제가 가장 큰 원인" 지목…복지부에 여유인력 확보 지원 권고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출처: 라포르시안 사진 DB

[라포르시안] 국가인권위원회가 의료기관 내 여성종사자에 대한 인권증진 정책을 권고했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병원내 '모성학대'와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3일 보건의료기관의 이른바 ‘임신순번제’를 비롯해 임산부 야간근로 동의각서 작성, 여러 유형의 폭력·성희롱 등을 포함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보건의료분야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는 지난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여자 전공의 등 1,000여명 이상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분야 여성종사자의 인권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종사자가 본인의 임신결정 여부에 대한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동료나 선후배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39.5%, 전공의는 전체 응답자의 71.4%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로이 임신을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모성보호제도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양성평등기본법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는 모성보호를 위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세세한 내용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법적으로 보장되는 모성보호 제도들을 인지하고 있는지 파악한 결과, 육아휴직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96.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출산전후 휴가와 생리휴가에 대한 인지도가 각 94.9%, 87.4%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유급수유시간에 대한 인지도는 26.0%로 가장 낮았고, 육아기근로시간 단축과 유급 태아검진 시간에 대한 인지도가 각각 29.3%, 44.5%에 그쳤다.

전공의의 경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비해 모성보호 항목에 대한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더 낮았는데, 출산전후휴가에 대해서만 92.5%가 인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모성보호 관련 제도에 대해서는 50% 이하의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법적으로 보장되는 모성보호 제도를 실제 근로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 육아휴직, 출산전후휴가, 유사산휴가에 대해 각 94.9%, 94.2%, 82.3%가 실제 사용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17.1%, 유급수유시간은 17.5%,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은 35.9%로 낮게 나타났다.

전공의의 경우 출산전후휴가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한 임신 기간 중 시간외근로와 야간근로를 경험한 비율도 높았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61.7%, 전공의의 77.4%가 임신 중 시간외근로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임산부의 야간근로를 제한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38.4%, 전공의의 76.4%가 임신 중 야간근로를 했다고 답했다.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29.1%, 전공의의 46.9%가 불이익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직장내 신체폭력과 성희롱 등을 경험하는 비율도 높았다.

지난 12개월 동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11.7%가 신체폭력을, 44.8%가 언어폭력을, 그리고 6.7%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 전공의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전공의 응답자의 14.5%가 신체폭력을, 55.2%가 언어폭력을, 16.7%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는 2015년 9월 2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환자안전 위협하는 병원노동자 장시간노동 근절을 위한 근무시간 실태조사 선포식'을 개최했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보건의료분야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를 했다.

복지부에는▲의료기관의 자체 여유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 마련 ▲의료기관 인증 기준에 폭력․성희롱 예방관리 활동 사항 신설 ▲보건의료분야 종사자 인권교육 ▲의료기관 자체 인권교육 실시 지도 등을 권고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모성보호를 힘들게끔 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인력부족 문제에 대해 복지부가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한 대목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의료기관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특히 교대근무가 잦은 일정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은 인력부족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는 모성보호 제도를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따라서 현재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공백이 예상되는 자리에 맞는 대체인력을 미리 확보해 대체인력을 추천하는 고용노동부의 대체인력뱅크제도를 보건의료 분야에서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는 ▲의료기관의 모성보호 제도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모성보호 수준이 취약한 사업장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의료기관 특성에 맞는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운영 매뉴얼' 제작·배포 ▲보건의료분야 여성종사자에 대한 대체인력지원서비스 활성화 등을 권고했다.

한편 인권위가 그 대안으로 제시한 '대체인력뱅크제도'는 저임금의 비숙련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의 소지가 있다. 게다가 실효성도 낮은 편이다.

앞서 복지부가 지난 2009년 지방 중소병원과 의료취약지역의 간호인력난을 해소하고 유휴 간호인력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간제간호사의 건강보험 인정기준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원의 특성상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데 시간제 근무자는 그런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높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개별 병원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의료인력 확충을 지원하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의료기관이 적정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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