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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간호사 채용 논란?...진짜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이다대학병원 PA간호사 채용 공고로 고발돼 경찰 수사
근본적인 문제는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PA 불법의료 부추겨
적정 의사인력 수급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의대정원 확대 필요
보건의료노조는 2022년 9월 30일 '의사 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과 증언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 참가자가 의사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최근 진료지원인력(이하 PA) 간호사 채용을 실시한 한 대형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경찰이 관련 병원장을 입건해 수사에 나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한 대학병원 등에서 의사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PA 인력 활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번 고발건이 미찰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PA 관련 고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부터 PA 불법진료 관련한 고발 사례가 있었으며, 사안별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불법 의료행위를 한 PA만 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2018년에는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PA 불법 의료행위 혐의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고발해 검찰에서 벌금 3,0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병의협 측에서 제보내용을 토대로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고발에 나서 처벌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는 PA의 불법 의료행위 혐의가 아니라 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면서 'PA'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게 쟁점이다. 이럴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가 상당히 애매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불법 의료행위 고발건을 보더라도 병원 내에서 PA에게 면허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를 했는지 지시했는지, 실제로 그에 따른 의료행위가 이뤄졌는지를 경찰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의료전문가 단체가 제보를 기반으로 증거를 수집해 제공하거나 병원 내부고발자가 나타나지 않은 한 PA 불법 의료행위 여부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한편에선 불법 PA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 문제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부족한 의사인력을 대신해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PA 간호사를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작년 8~9월 사이 사립대병원과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 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의료기관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 정원과 현원의 격차가 가장 큰 A국립대병원은 전문의와 전공의를 합쳐 정원 587명에 현원 481명으로 정원 대비 106명이 부족했다. 

사립대병원 중 정원과 현원의 격차가 가장 큰 곳은 B사립대병원으로 정원 대비 73명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병원인 J지방의료원(25명)과 K지방의료원(20명)은 정원 대비 의사인력이 20명 이상 부족했다. 

의사인력이 크게 부족한 병원에서는 의사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광범위한 PA 인력 활용이 이뤄지고 있었다. 

단일 의료기관으로 PA인력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은 한 사립대병원은 그 수가 200명에 달했다. PA인력 현황에 응답한 27개 사립대병원의 PA인력은 총 2,107명으로, 1개 의료기관 당 평균 78명으로 집계됐다. 9개 국립대병원의 PA인력은 총 671명으로 1개 의료기관 당 평균 74.5명이었다. 지방의료원 중에서도 20명이 넘는 PA를 활용하는 곳이 있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 고유업무를 PA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만연해 있었다. PA가 의사 아이디와 비번으로 전산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검사 및 약물, 입퇴원 등에 대한 환자처치를 처방했다. 전공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진료과에서 PA가 의사 대신 수술과 수술기록지를 작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수술·시술·처치 등 의사업무를 의사가 직접 하지 않고 간호사, 조무사 등 타 직종이 대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총 응답 의료기관 95개 중 60개(63.15%)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외과 PA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네가 거기 있으니 네가 좀 하라’고 지시해 충수돌기(맹장), 담낭, 위장 절제까지 하곤 했다”며 “사실상 전공의(수련 레지던트)를 넘어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전임의 수준으로 일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의사인력 부족은 의사들한테도 큰 고통이다. 적정 의사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들은 장시간노동과 높은 노동강도, 업무 과중, 수면 부족, 번아웃, 이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는 물론이고 1년에 100일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야간당직 때 밤새 환자 돌보고 휴식시간 없이 다음날 곧바로 주간 근무로 내몰린다. 휴일 및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근무시간 초과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거나 1명의 당직의가 타 진료과 환자까지 모두 봐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업무가 지연되면서 환자·보호자로부터 불만이 쏟아져 감정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결국 병원을 그만두고 개원을 선택하는 의사가 늘면서 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의사와 보건의료노동자 근무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의사인력 부족 실태 증언에 나선 한 대학병원 소속 보건의료노동자는 "의사인력 부족은 진료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병원 운영에도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응급실 당직의는 연봉 3억원을 주어도 구하기 어렵다, 상급종합병원이지만 소아 환자는 치료를 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PA 불법 의료행위 문제보다는 이런 상황을 초래하는 의사인력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병원이 규모에 맞게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을 재편하는 거다. 동시에 적정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정부를 상대로 '의사인력 확충'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확충은 의사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적 과제이고, 의정협의만으로는 의사인력 부족 문제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며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고 여기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별로 진료지원인력(PA)에 대한 자체적인 관리·운영체계를 마련하고, 진료지원인력이 수행하는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안) 타당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타당성 검증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원내에 ‘(가칭)진료지원인력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지침을 마련해 각 진료과 등에 배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올해 12월까지 '진료지원인력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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