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 때 전담병원으로 최일선...지정 해제 후 경영정상화 난항
일부 지방의료원, 재정난 심화로 임금체불 우려 커져
의사 없어 진료과 폐쇄한 곳도...응급의료 공백 우려

[라포르시안]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각 지방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이다. 구체적으로 지역 응급의료제공, 의료취약지 필수 진료과 유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지방의료원 중 상당수가 의료인력 부족과 경영난을 겪고 있다. 공공의료 역할 수행은 둘째치고 자체 생존도 버거운 실정이다.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허덕이면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진료과조차 운영하지 못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중 전문의 현원이 정원보다 부족한 곳은 26개로 전체 의료원의 74.3%를 차지했다. 

지방의료원 별로 의사인력 상황을 보면 성남시의료원은 정원이 99명이지만 현원이 71명으로 정원 대비 28명이나 부족했다. 서울의료원도 정원 177명에 현원은 160명으로 17명이 적었다.  천안의료원과 군산의료원은 각각 정원 대비 의사인력이 10명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과·외과·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4개 필수진료과에 의사가 모두 있는 지방의료원은 35곳 중 23곳(65.7%)에 그쳤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 등 6개 필수진료과에 의사가 모두 있는 의료원은 35곳 중 8곳(22.9%)에 불과했다.

일부 지방의료원에선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의사 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지난 1월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 가운데 2명이 퇴사하면서 응급실 운영을 주 4일로 단축했다. 여기에 추가로 1명이 더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응급실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에 처했다. 

응급실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속초의료원은 지난달 27일부터 급하게 의사 채용 공고를 냈다. 이달 6일까지 실시한 1차 채용 공고에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속초의료원은 2차 공고를 내면서 연봉상한선을 높여 4억원 이상을 제시했다. 그 결과 지난 21일 2차 채용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3명이 지원해 모집 정원을 채웠다.

이렇게 한쪽에선 수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의사 구인에 나서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선 경영난으로 임금체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에 맞서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지방의료원들은 작년 5월부터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돼 일반진료에 나섰지만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 일반진료 확대에 나섰지만 수술건수는 코로나 이전과 대비해 40% 이상 줄었고, 입원환자도 크게 감소하는 등 코로나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코로나 이전 상대로 경영정상화를 하는 데 최소 4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직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지방의료원도 생겨났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강진의료원은 이번 달에 자금 부족으로 직원들의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다행히 오는 27일자로 미지급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한숨 돌린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다른 지방의료원에서도 재정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임금체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최전선에서 일한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감염병 시 그 누가 앞장서 환자를 돌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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