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외과 중심으로 PA고용 해마다 증가…의료인력 부족 근본적 해법 찾아야

[라포르시안]  '수술실 간호사(PA) 모집', '신경외과 PA(계약직) 모집', '00병원 외과 전문 PA 간호사 구인', '수술실 근무할 PA 응급구조사 구인'.

보건의료 관련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구인 공고다.

진료보조인력(PA, Physician Assistant)을 의미하는 PA는 주로 간호사를 대상으로 모집을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 등을 대상으로 수술실 근무 PA를 모집하기도 한다.

PA는 외과 수술실에서 의사의 수술보조와 드레싱을 담당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PA에게 환자교육이나 상담, 수술기록 작성, 처방업무까지 맡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부족, 특히 외과 분야의 전공의 지원기피가 심해지자 부족한 수술실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가장 쉽게, 그리고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는 PA를 고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PA 인력이 현행 의료법상 엄연히 불법이란 점이다. 의료법에 PA의 의료행위에 관한 어떤 근거조항도 없다.

병원의 PA 활용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가 'PA 양성화' 정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공론화되지 못했자.

그렇다고 의료계에서 전부 반대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전공의 지원기피로 인력난을 겪던 흉부외과 등의 외과계열에서는 PA 양성화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커지고, 주당 근무시간 제한 등이 법제화되면서 발생한 의료인력 부족을 PA로 채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요구가 거세지자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인력 고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PA제도 등의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의료인력을 모두 의사로 채우기에는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병원의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한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PA 인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13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2014~2015년 PA인력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2015년 현재 국립대병원에서 운영 중인 PA인력은 모두 632명에 달했다.

전년도의 581명에 비해 51명이 더 늘었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이 158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분당서울대병원 97명, 양산부산대병원 70명, 전북대병원 55명, 부산대병원 50명 등의 순이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PA인력은 총 255명으로 전체 국립대병원 PA인력(632명)의 40.3%나 차지했다.

PA인력을 한 명이상 운영하는 진료과는 모두 39개과였다.

PA인력을 많이 사용하는 진료과는 외과로 전체 PA인력의 22.2%인 140명에 달했다.

외과 다음으로는 내과 PA인력이 65명으로 10.3%를 차지했고, 흉부외과를 비롯해 비뇨기과, 산부인과도 PA인력을 많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후 의원은 "국립대병원에서 의료법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PA인력을 운영하는 건 일부 진료과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것이 원인중 하나 이지만 병원이 편의에 의해 운영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PA인력은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보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A가 전공의에게 심장초음파를 가르친다? 한편 최근 들어 전공의 지원기피과로 전락한 내과에서도 PA 고용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내과 전공의들이 부실한 수련교육과 과중한 업무부담을 호소하며 집단파업에 들어가자 인력확충 방안으로 PA고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PA고용이 아니라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를 도입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과중한 업무부담과 부실해지는 수련교육에 반발하며 집단파업에 들어가자 병원측이 PA 고용을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PA 인력 활용이 증가하는 이면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환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병원의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협은 지난 4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PA는 환자의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고,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환경을 훼손한다."며 "병원은 환자에게 수술 대부분을 불법 무면허 의료보조인력이 시행할 것임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받기 위해 지불한 의료비로 무면허자의 시술을 받게 한다는 점에서 반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PA로 인해 전공의 교육권이 침해받는 상황까지 빚어진다.

정해진 기간 동안 수련교육을 받고 떠날 전공의보다 더 오랜시간 함께 근무할 PA를 선호하는 지도전문의도 나오고 있으며, 전공의가 해야 할 업무를 PA에게 맡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수련병원 내과에서는 심장초음파를 ‘소노그래퍼’(sonographer)라고 하는 PA가 담당하면서 전공의가 지도전문의나 선배 의사가 아닌 PA에게 심장초음파를 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에게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행하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도전문의는 전공의를 교육시켜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들이 입 안의 혀처럼 부릴 수 있는 PA로 전공의를 대체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사실상 PA가 전공의 위의 계급으로 군림함에 따라 PA가 의사 일을 하고, 전공의는 PA가 시키는 잡무를 맡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들도 PA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인의 명찰패용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사가 아닌데도 마취를 한다거나 실제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불법행위는 의료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며 "심지어 제약사나 의료기기사 영업직원이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충격적인 보도도 언론방송을 통해 종종 접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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