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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공공임상교수제 실패하면 지방의료원 의사부족 해법 없어”조승연(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인천의료원장)

[라포르시안]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보건의료’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해당 법에서 명시한 ‘보건의료기관’이 아닌 전체 의료기관의 약 6%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주의료원 폐원과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팬데믹을 거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안됐지만 대부분 기획과 시도 단계에서 머물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특히 고질적인 의료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현실에 비쳐볼 때 공공의료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라포르시안은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인천시의료원장)을 만나 공공의료기관이 겪고 있는 한계와 공공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 이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 인천적십자병원장을 시작으로 인천의료원장, 성남시의료원장을 역임하고, 다시 인천의료원장을 맡고 있다. 오랜 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체감한 국내 공공의료의 변화라면.

= 공공의료기관과 인연을 맺은지 22년 정도 됐다. 처음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당시만 해도 공공의료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 4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공공병원 비중을 전체 의료기관의 30%까지 늘리겠다는 내용의 공공의료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세운 공공보건발전계획이었지만 시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다가 2013년도에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가 터지면서 공공의료가 아젠다로 부상했다. 사실 그 전까지만해도 공공의료는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이념적 학자들이나 소수 예방의학 교수들의 말과 생각으로만 여겼던 경향이 있었다. 진주의료원 폐원을 겪으면서 국민이 공공의료라는 말을 익숙하게 듣기 시작하고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던 것 같다. 

이어 신종플루와 메르스와 같은 굵직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불과 10년도 안 된 사이에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 정치인들은 자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진주의료원 당시만 해도 지방의료원의 적자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최소한 그런 목소리는 거의 없다.

- 의료는 자체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 주체는 공공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공급의 94%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란 무엇인가.

= 공공의료의 주체가 공공의료기관이란 인식은 잘못됐다. 이건 중요한 이야기다. 공공의료를 취약계층을 진료하거나 감염병 치료 등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물론 보건의료 보장이 취약한 계층에게 의료를 제공하거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 등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이지만 이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의 한 분야에 불과할 뿐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 정리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 2012년 공포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공보건의료법에서는 공공의료 개념을 소유에서 기능 중심으로 설정했다. 쉽게 말해, 정부·지자체·병원 등 공공과 민간 구분없이 국민의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공공보건의료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곧 공공의료다. 이제라도 공공의료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생각해야 한다.

- 공공의료 강화를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를 제공하는 주체가 개인사업자라면 의료 공공성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공공의료 강화를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으로 인식하는 것도 사실 우리나라에 공공의료가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이다. 병원이 병원 역할을 하고 의원이 의원 역할을 하면 경쟁할 필요가 없고 서로 돕는 관계가 될텐데, 서로 경쟁하는 구조 자체가 공공성이 없다는 의미이다. 공공의료를 강화한다는 의미는 이런 부분까지 정상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의 책임의료기구(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이하 ACO)와 같은 모델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ACO는 지역내 의료기관들이 협동해 환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의료비가 절감되고 의료서비서의 질이 개선되면 수익을 기구에 속한 의료기관들에게 배분하는 성과 기반의 모델이다. 

실제로 성남시의료원장 재직 시절 지역 의원급 의료기관들과의 협력 구조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시도했었다. 당시 지역 의료계와의 관계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외래는 지역 의원에서 담당하고 성남시의료원은 입원이나 합병증이 우려되거나 특별한 검사가 요구될 때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비록 진행은 안 됐지만, 당시 의사회가 성남의료원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민간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의 경쟁 구조라는 문제는 의료전달체계로 해결해야 하고 이게 공공의료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같은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부의 ‘중증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고 협력의료기관과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가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되는데, 외래가 감소함에 따라 여유가 생긴 교수를 지방의료원에 파견한다면 의료전달체계도 구축하고 지방의료원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도 물꼬를 트는 등 공공의료 강화에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 '국립대병원 공공임상교수 150여 명 선발·배치 추진' 보도자료 화면 갈무리.

- '공공임상교수제'가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사실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시범사업으로 시행하면 신분 보장이 불투명한데 어떤 의사가 참여하겠나. 그나마 서울대병원은 낫겠지 했지만 2차 공고까지 나갔지만 여전히 한 명도 지원자가 없다. 실패가 예견돼 있는 것을 국립대병원협회와 교육부가 밀고 당기고 했다. 

해법은 공공임상교수에게 정규 교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은 법제화가 안 돼 있다보니 시범사업 꼬리표를 못 떼는 것이고 신분이 불안정해 지원자가 없는 것이다. 국립대학교 관련 법에 공공임상교수라는 직위를 명시하고 대학병원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파견해야 된다 등의 내용을 담으면 정부가 이를 본 사업으로 할 수 있고 예산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제대로 안착해서 국립대병원이 제 역할을 하면 사립대학병원도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최근 국립대병원이 실시한 공공임상교수 모집에서 지원자가 소수에 그쳤다. 원인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짜 문제는 공공임상교수제가 만약에 실패하면 지방의료원 입장에서는 의사 부족을 해결할 방법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법제화를 통해 공공임상교수의 신분을 보장해야 한다. 중기적 해법은 국립대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이다. 이렇게 하면 다 해결된다. 국립대병원 교수가 교육부 발령이 아닌 보건복지부 발령으로 교수가 되면 지방의료원과 한 식구가 된다. 그렇게 되면 파견 개념도 필요없이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오가는 로테이션으로 근무할 수 있다. 지금은 국립대병원의 괄할부처가 교육부라서 칸막이를 넘어올 수 없는 구조이다.

손의식 기자  pressmd@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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