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보조사업자 선정 공모
지방의료원에 특화된 수련과정 개발 계획
대전협 "공공임상교수 저조한 상황서 저가 의료인력 품앗이로 전락 우려"

[라포르시안]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간 전공의 공동수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전공의가 다양한 임상현장 및 지역의료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막상 전공의 단체에서는 이 시범사업 추진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도입 목적과 기대효과가 불분명하고, 시범사업에 앞서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보조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다. 복지부는 보조사업자 공모를 통해 전공의가 지방의료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역사회 임상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방의료원에 특화된 수련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보조사업자로 선정되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지원 대상을 선정해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연계 공동수련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이 사업은 복지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대책' 방안 중 하나이다. 

복지부는 강화대책에서 지방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료기관과 공공병원에 전공의 배정이 확대될 수 있도록 수련환경 평가에 공공의료 기여도 관련 지표를 반영하고, 지역사회 공공의료기관 간 수련연계 등으로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 경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진하는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연계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공공병원 간 전공의 공동수련이 성공하려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임상교수제도'가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 공공임상교수는 국립대병원에서 채용해 소속병원은 물론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지역 공공병원관에서 코로나19 감염병 같은 재난 대응 등 필수의료와 함께 수련교육 등을 담당하는 의사인력이다.

지난 7월부터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이 시작돼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150명이 공공임상교수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까지 공공임상교수에 지원한 인력이 20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강민구)에서 공공임상교수제와 연계한 국립대병원-지방의료원 전공의 공동수련 모델 개발 목적 시범사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전협은 지난 20일 공식 입장을 내고 "공공임상교수제 운영이 저조한 현 상황에서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등을 졸속으로 논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료인력 충원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명목상 언급된 전공의의 다양한 임상 경험은 오히려 단순화되는 등 수련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공공임상교수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과가 미진한 상태에서 전공의 공동수련 모델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전협은 "올해 사업 집행을 개시한 공공임상교수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성과 역시 미진한 상태"라며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의 공공임상교수 지원율은 정원을 미처 채우지 못할 정도로 낮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이한결 대전협 정책이사는 "공공임상교수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을 연계시키려는 공동수련 제도는 근래 진행해 온 수련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다각적 노력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한다“며 ”공공임상교수제의 시행 취지 및 목적에 따라 공공성 강화를 위해 설계된 좋은 제도가 부디 성공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며, 수련제도 운영에 관해서는 의료현장의 일선에 있는 전공의의 목소리가 충분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료원 기능 확보를 위해서는 의료인 충원과 시설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련병원인 지방의료원의 낮은 전공의 지원율은 다양한 관점에서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게 대전협 측 판단이다. 

강민구 대전협 회장은 “실질적으로 공공임상교수가 충분히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명목으로 한 전공의 공동수련제도 도입은 단순한 저가 인력 품앗이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공공임상교수의 충분한 충원 및 지방의료원 수련환경 개선 등의 전제조건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후 공동수련제도 등의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공동수련제도 운영의 대안으로 수련환경 질이 좋은 병원으로 전공의 정원을 집중하고, 동일 권역 혹은 지역 내의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연계한 공동수련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원활한 공동수련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타 지역에서 파견된 공공임상교수가 수련교육을 담당하기보다는 권역 혹은 지역 내 중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연계, 중대형병원과 지방의료원 연계 방안이 더 실효성 있는 정책설계라는 의견이다. 

강민구 회장은 “지역사회 필수의료 및 미충족 의료 문제 해결과 다양한 임상 경험을 통한 수련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한 제도를 진정 도입하고자 한다면 그 취지에 맞는 토대를 충분히 조성한 후에 정책안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며 "전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시범사업을 진행할 경우 전공의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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