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하(런던올림픽 의무위원장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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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goeson : 경기 일정 때문에 바쁠텐데 가까이톡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박원하 : 지금 아침 9시 정도 됐다.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도 언제, 어떤 선수의 건강이 문제될지 모른다. 빨리 시작하자.

lifegoeson : 어떻게 런던올림픽 의무팀으로 선발됐나?

박원하 : 대한체육회 의무분과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한다. 그다음 이사회가 최종 선정한다. 이번 런던올림픽 주치의에는 총 8명이 후보에 올랐고 나를 포함한 4명의 의사가 의무팀으로 선정됐다. 간호사 2명과 물리치료사 8명도 함께 왔다.

lifegoeson : 국가 대표 선수들 진료 경험이 많다고 들었다.

박원하 : 그렇다. 런던으로 오기 전부터 선수들 상태를 점검해 왔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의무팀으로 다녀오다 보니 선수들 대부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선수들이다.

lifegoeson : 목표였던 금메달 10개를 조기에 달성하고 종합 4위에 올라 국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박원하 :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판정시비로 이야기가 많다. 경기 내용이 아닌 판정 문제로 시끄러워져 안타깝다. 그 와중에 흔들리지 않고 성적을 내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대단하다. 

lifegoeson : 한국은 요즘 무더위가 한창이다. 덕분에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원하 : 안그래도 한국은 굉장히 덥다고 들었다. 이제 런던 선수촌에서 생활한지 20일 정도 됐는데 유난히 오늘 런던은 날씨가 굉장히 좋다. 나도 일정이 빠듯해 잠 잘 시간이 없다.(웃음)

lifegoeson : 의무팀의 하루 일정은 주로 어떻게 되나?

박원하 : 아침 7시부터 의무위원회 회의가 시작된다.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선수들 건강상태를 체크 한 후 경기장에 가면 긴장을 늦출 새 없이 경기장을 지킨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종잡을 수 없다. 그날 경기에 따라 다르고 IOC위원회 회의 때문에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지금 오전 9시 20분인데 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마친 시간이다. 아직 경기장에 나가지 않아 그나마 지금은 여유가 있다.

lifegoeson : 아침 회의에는 무슨 내용이 오가나?

박원하 : 출전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 누가 어떤 부상을 당했는지 경과는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떤 종목의 어떤 선수를 담당할지는 그날그날 달라진다. 어제는 우리 여자배구선수단의 경기가 있었던 배구장에 다녀왔다. 오후에는 IOC위원회 회의가 있어 밤 11시쯤 숙소에 들어왔다. 

lifegoeson : 경기 일정이 빡빡한데 보통 몇 시간정도 자는지 궁금하다.

박원하 : 보통 한시나 두시 정도에 잠자리에 든다. 네다섯 시간 정도 자는 셈이다. 의무팀 수도 부족한데다 언제 어떤 선수가 다칠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 한다. 당장 부상이 없는 선수도 늘 체크해야 한다. 우리 건강관리 할 시간은 없다(웃음)

런던올림픽 의무팀이 개막식에 참여한 모습.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원하 위원장

lifegoeson : 이번 올림픽에서 도핑테스트를 강화하는 등 엄격해진 규정 때문에 선수단 진료가 까다로울 것 같다.

박원하 : 런던올림픽은 '노 니들 정책(No-needle policy)'을 구호로 내걸었다. 그래서 간단한 수액이나 주사제 맞는 것도 철저히 관리해야한다. 주사제를 사용하려면 IOC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사용 후 보고도 해야 한다. 전에는 주사제를 사용하고 나서 보고하면 됐는데 이번부터 절차가 많이 까다로워졌다. 혹시나 부정으로 간주될까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시어머니 밑에서 일하는 기분이랄까.

lifegoeson :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 중 특히 좋아하는 종목이 있다면.

박원하: 없다. 일부로 특정 종목에 관심을 두려하지 않는다. 그 종목이 이길 수 있도록 특히 더 신경을 쓰게 되면 안되지 않겠는가. 모든 선수를 똑같이 애정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

lifegoeson :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던 역도의 사재혁 선수가 부상을 당해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박원하 : 경기 중 탈골된 사재혁 선수의 오른팔은 계속 부상이 있던 부위라 경기 전부터 염려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또 오른쪽 팔꿈치가 문제가 됐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경기 전에 좀 더 치료를 잘 했더라면 부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재혁 선수가 앞으로의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바라고 있다.

lifegoeson : 개인적으로 친한 선수는 없나?

박원하 : 특정 선수와 친하다고 할 수 없다. 일부러 특정 종목을 좋아하지 않으려는 이유와도 같다. 모든 선수의 부상과 건강에 염려하고 있다. 몸상태 때문에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전한 거의 모든 선수들과는 친분이 있다. 사재혁 선수와도 알고 지내 왔다.

lifegoeson : 선수들이 흔히 겪는 부상은 어떤 건가?

박원하 : 아무래도 과거에 훈련이나 경기 중 부상을 입었던 부위가 경기로 인해 더 심해지는 문제가 있다. 최대한 재발하지 않거나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우리 의무팀의 일이다.

lifegoeson : 의무팀 14명을 총괄하면서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박원하 : 총괄하는 어려움이라기보다 의사 인력이 부족해 늘 정신이 없다. 올림픽은 선수진에 비례해서 의무팀 수를 배정한다. 아시안 게임 같은 경우 의료진 수 제한이 까다롭지 않도록 오랫동안 요구해서 풀어놨지만 올림픽은 아직 그렇지 않다. 22개 종목의 모든 선수를 14명이서 관리하다 보니 굉장히 바쁘다.

lifegoeson : 전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단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국가 의무팀과 교류는 없나?

박원하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의무팀장으로 있었다. 국가 대표 선수들 진료 활동을 오래 해오다 보니 홍콩 중국 등 아시아 의무팀이 누군지 대부분 알고 지내고 있다. 현지에 와서 만난 다른 아시아국가 의무팀은 거의 다 안면이 있는 의료진들이더라. 

lifegoeson : 선수들을 진료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

박원하 :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일생에서 단 한 번의 올림픽 참가 기회일 수 있다. 경기 중 당한 부상이 선수생활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몸 상태에 따라 그날 성적이 크게 좌우된다. 경기 결과를 떠나서 선수들의 고맙다는 말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lifegoeson : 교수님 건강도 염려된다. 올림픽 대표단의 ‘제3의 선수’인 의무팀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겠다.

박원하 :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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