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민(가정의학과 전문의,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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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u :
몽골로 매년 의료봉사를 떠난다고 들었다. 지금 카카오톡을 하고 있는 곳은 어딘가?

오승민 : 여긴 아르항가이의 체첼렉이라는 도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정확히 세시간 반이 걸린다. 체첼렉은 울란바토르서 다시 버스로 9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sunsu : 원래 지난 7월 말 경에 카카오톡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불발됐다. 사정이 여의치 않았나?

오승민 : 의료봉사단이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 안돼 폭우가 쏟아졌다. 몽골은 비가 내리는 날이 드문 국가라서 조금만 비가 와도 시내의 기본적인 시설들이 망가져버린다. 이번 비에도 일주일 넘게 단전이 되어 밤에는 촛불을 켜고 생활하기도 했다. 다행히 몽골은 해가 길어 오후 9시에도 그리 어둡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 몽골 체첼렉의 전통가옥 게르에서 이동진료하는 모습.

sunsu : 봉사활동 시작부터 어려움이 많았겠다. 병원 진료는 가능한 상황인가?

오승민 : 그나마 병원에서는 자가발전기를 돌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원들은 단수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흘간 아예 씻지 조차 못했다. 먹고 배설하고 씻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봉사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sunsu : 가톨릭중앙의료원(이하 CMC) 의료협력본부에서 이번 몽골 봉사를 포함해 해외의료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승민 : CMC는 설립 초기부터 가톨릭 이념을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의료봉사를 해왔다. 이러한 활동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1월에 의료협력본부를 조직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기준에 걸맞는 의료분야의 원조 및 구호 활동을 펼치고자 준비 중이다.

sunsu : 특별히 몽골과 의료봉사의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 있다면?

오승민 : 사실 몽골 의료봉사는 1994년 가톨릭의대 김중호 신부님(의사)께서 단기 이동진료로 첫발을 뗐다. 2004년에는 울란바토르 외곽에 작은 상설진료소를 설립했고, 2010년 의료협력본부가 출범하면서 진료소를 증축, 재개원했다. 현재 8명의 몽골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면서 매년 1만여명의 몽골 극빈층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sunsu :  이번에 체첼렉에 파견된 의료봉사단은 규모가 가장 크다고 들었다.

오승민 : 이번 몽골 봉사는 가톨릭대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국제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성모병원 교수진 7명을 포함해 의대생, 간호대생 등 47명의 의료인이 참여했다. 사회봉사단원까지 합하면 약 100명이 출국했다. 울란바토르에서 꽤 먼 거리에 떨어진 의료취약지 체첼렉으로 봉사지역을 결정하게 된 건 작년에 CMC가 아르항가이 도립병원에 산부인과 초음파기기를 기증한 게 컸다.

sunsu : 체첼렉 지역의 의료 인프라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 체첼렉 임시진료소에서 진료하는 의료봉사단.

오승민 : 아르항가이 도립병원을 기반으로 봉사가 진행됐는데 도립병원은 우리나라 70년대 수준으로 보면 된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도 제왕절개, 충수돌기염 제거 등의 필수적이고 응급한 질환 위주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단만 받고 500km 이상 떨어진 울란바토르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도립병원 의사들도 우리에게 진료와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우리는 심장초음파와 혈액검사기기 등 기본적 진단을 위한 검사기기는 거의 갖고 가 진료를 했다.

sunsu : 몽골 안에서도 비교적 낙후된 지역인데 어떤 질환이 가장 많은가? 

오승민 : 혈액검사 시 주요 항목은 콜레스테롤 수치였다. 한 눈에 봐도 1/3 이상의 환자들이 대사증후군이었다. 혈압도 200/100이 넘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긴 겨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활동량, 기름기 많은 양고기 위주의 식사, 그리고 어디서나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탄산음료가 미치는 영향으로 추정된다. 진료를 받으러 오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하여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에 직접 방문하는 이동 진료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환자도 대부분 중풍환자였다. 

▲ 보온병에 물을 담아 봉사단에 건네는 체첼렉의 어린 아이들.

sunsu : 봉사하는 도중에 위급한 환자는 없었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도 있을 것 같다.

오승민 : 위급한 환자보다는 오히려 가장 덜 위급하다고 여겨졌던 환자가 기억이 남는다. 건강해 보이는 젊은 남자 환자였는데 통역을 통해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그 남자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연을 듣고 보니 최근 지독한 실연 등을 겪고 우울증까지 온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의료봉사를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리 의료진의 진료를 받기 위해 늘어선 대기환자 중 정신과 상담을 요하는 환자도 있다는 사실에 봉사인력이 좀 더 다양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sunsu : 단전이나 단수가 빈번한 체첼렉이지만 남다른 매력도 있을 듯 하다.

오승민 : 몽골의 들판에 피어난 야생화 사진을 많이 찍었다. 어쩌면 몽골, 들판, 야생이란 단어는 모두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은 단순하고 순박하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갈등이 없진 않겠지만 그들은 적어도 우리처럼 복잡하지 않아 보였다. 우리 봉사단이 방문 진료하는 길에 어린 아이 둘이 다가와 보온병에 마실 물을 담아와 건네는 통에 마음이 훈훈해지기도 했다. 

sunsu : 개인적으로 해외의료봉사에 열정적인 이유는. 앞으로 계획은 뭔가.

오승민 : 의사로서 가장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해외 극빈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살고 있는 선배들이다. 분명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 선배들의 표정에서 행복, 감사, 보람, 그리고 무언가 본질에 다가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교과서에서 배워 온 가장 바람직한 환자-의사 관계를 토대로 전인적 치유를 봉사 현장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앞으로 해외의료봉사는 의사 가운을 벗는 그날까지 계속할 거다. 멀리는 CMC 의료협력본부가 해외원조단체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하는 것이고, 일단은 이번주에 끝나는 몽골의료봉사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는 게 우선이다.sunsu : 가까이톡 인터뷰에 응해 줘 감사하다. 의료봉사 활동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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