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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톡] "저개발국 의사들도 깜놀하는 한국 의료수가"윤주흥(미국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내과전문의)

윤주흥 : 지금 여기(미국 보스턴) 시간은 오후 7시다. 한국은 오전 9시 정도일거다. 겨우 짬이 생겼다. 샌드위치 먹으면서 카카오톡을 해야겠다.   

sunsu : 먼 곳에서 인터뷰에 응해 줘서 감사하다. 의대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걸로 알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윤주흥 : 의대를 졸업하고 강원도에서 공중보건의를 마친 후 뉴욕으로 가 내과 전공의를 시작했다. 본과 4학년 시절, 미국 유학을 꿈꿨다. 학문적으로도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겠다’ 라는 마음으로 더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작용한 것 같다.

sunsu : 미국 수련제도는 한국과는 다른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  

윤주흥 : 미국과 한국의 전공의 교육 시스템은 단지 일하는 시간이나 위계질서뿐 아니라, 커리큘럼의 내용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본과 3학년때 실습을 나올 때부터 환자를 보는 매너라든지, 기본적인 병원의 일의 흐름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배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깨너머로 알거나, 위에서 그렇게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증거에 입각한 (evidence-based) 토론식 교육과 특히 환자 한 사람을 입원 처음부터 끝까지 주치의로서 차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전공의 교육에서 강조된다.

sunsu : 전공의가 진료를 통해 수련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이라고 들린다.

윤주흥 : 커리큘럼에 대한 피드백이 적극적으로 전달되는 편이다. 교육시스템의 개선에 대해서도 많은 토론과 개편을 시도한다. 각 전공의가 적은 수의 환자를 보면서도 최대한의 교육적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와 인력, 그리고 그에 할애된 시간이 많다. 한마디도 의학적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나누는 법, 환자를 만나는 법, 그리고 다른 직역을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미국 임상의학 교육의 특징이다.

sunsu : 그래도 수련 도중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텐데. 윤주흥 : 역시 의사 소통이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오해도 있었다. 각종 직역간에 소통이 이뤄지는 방식도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교육적인 부분도 의대생과 전공의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필요한 점을 미리 숙지하고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sunsu : 의사에 대한 윤리 의무가 엄격하다고 들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때 페널티도 센가?

윤주흥 : 전공의는 물론 모든 병원 직원들이 병원의 기본 윤리를 따르고, 또한 주 정부의 법에 의한 의사의 기본 윤리를 준수한다. 특별히 병원에서는 HIPP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에 의해 환자의 기본권과 의사의 책임 사이에서 강한 규제가 적용된다. 처음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있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전공의 뿐만 아니라 행정직과 청소를 맡은 분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들은 이 의무와 책임을 배우게 된다. 윤리적 의무를 위반했을 때 페널티는 그 고의성 여부와 일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의사 면허를 갱신하는 데도 (대부분의 주는 2년마다 면허 갱신을 요구) 영향을 미치게 된다.

sunsu : 한국도 의료윤리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얼마 전엔 같은 과 여의대생을 성추행한 남의대생 3명이 징역형을 받고 출교조치당하기도 했다.

윤주흥 : 환자에 대한 윤리 문제와 의사들 사이의 윤리적 문제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환자와 동료 모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특히 의사들 사이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employee representative라는 분과에서 특별 조사에 들어간다. 일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윤리적으로 심각할 경우 병원에서 징계(해직)를 내리기도 한다.   sunsu : 요즘 한국은 PA(physician assistant)의 업무 영역 등을 두고 의료계가 시끄럽다. 미국은 의사와 PA간 갈등이 없나?

윤주흥 : 미국에서는 PA가 의료법상으로 인정되는 제도이고, PA만을 키우기 위한 학제가 따로 있다. 실제로 큰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뿐 아니라 내과 계열의 분과들에서도 PA 시스템을 이용해 입원환자를 관리하기도 한다. 이는 워낙에 전통적으로 의사 수 자체가 부족했던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근본 원인이 있다. 더 중요하게는 의사의 의료행위 수가가 매우 높은 미국 의료 제도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PA를 고용하는 것이 병원의 재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의사의 행위료가 너무 낮고, 그 이유로 개원가에서 살아남기 힘든 특정 진료과를 기피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병원 내부의 일차적 인력수급(주로 전공의)에 차질이 빚어져 PA가 활성화되는 거 아닌가.

sunsu : 내과, 그 중 심장내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윤주흥 : 학생 때부터 물리학과 유체역학, 생리학과 해부학에 관심이 있었다.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 거다. 또 환자에 필요한 진료를 직접, 빠른 시간에 해야 한다는 것도 저의 관심을 끌었다. 레지던트를 하면서도 임상 연구에 참가하면서 계속 이 부분에 흥미를 느껴 왔다.

sunsu : 현재 근무하는 곳이 'Brigham and Women's Hospital'이라고 들었다. 병원에서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진료하랴 연구하랴 무척 바빠 보인다.

구글 위성지도로 본 브리검 여성병원.

윤주흥 : 내과 전문의로서 입원 환자들을 주로 돌보고 있다. 병동과 응급실에서 내과 컨설트와 진료도 한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들과 환자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토의도 이어진다. 진료 외에는 관심 있는 분야인 심혈관계 질환에 대해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MGH (Massachusettes General Hospital)의 중재심장내과에서 optical fiber를 이용해 관상동맥을 조영하는 기술인 optical coherence tomography의 임상적 이용과 관상동맥 내부의 미세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를 해 왔다. 앞으로는 이 기술을 심장내과의 다른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할 작정이다.  sunsu : 미국 (내과)의사가 되고 싶은 한국 의대생, 혹은 전공의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윤주흥 : 먼저 자신이 미국에 오고 싶은 이유를 확실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필요하면 미국에 한번 와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시기를 가지는 것이 좋다. 학문과 환자 진료를, 진료와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러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는 미국의사시험 (USMLE)의 기간이 길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서 준비해야 한다.

sunsu : 7년이란 오랜 타국 생활에 힘들었던 때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이겨냈나?

윤주흥 : 미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이라면 언어와 문화의 차이이지만, 어느 시점이 넘어가면 외로움과 긴 유학과정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교회에 다니고,  동료들이 많은 상담을 해줘 힘이 된다. 시간나면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하고, 스마트폰 덕분에 카카오톡도 즐기고 있다.  sunsu : 한국에 돌아와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윤주흥 : 항상 의학 교육을 꿈꿔왔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게 미국에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병에 맞서 싸우는 의학 지식뿐 아니라,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교육도 그만큼 중요하게 받아야 한다. 또 이들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줄 아는 기초 및 임상 연구에 대한 개념과 이를 다른 의사들에게 알리는 발표 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sunsu :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의료의 위상, 혹은 평가는 어떤가.

윤주흥 : 한국 의료는 해외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연구자들의 만남이나 병원 내에서 집담회를 할 때 인용되는 것들을 보면 한국의 병원에서 연구된 내용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많은 분야들에서 인정받는 연구자들이 한국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보험 시스템이나 의료 수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국가에서 온 의사들도 한국 의사들의 열악한 환경과, 취약한 의료 전달 체계에 깜짝 놀란다. 의료의 공공재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민간의료에 적절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여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sunsu : 무척 피곤할텐데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줘서 감사하다.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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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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