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사안 3가지 팩트 체크

 돔페리돈 성분 의약품. 

[라포르시안] 산부인과에서 '돔페리돈' 처방과 부작용 우려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 의사단체에서 이를 반박하자 다시 재반박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식약처가 2015년 1월‘허가사항변경지시’를 통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전국의 산부인과에서 7만8천여건의 돔페리돈 처방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의 국감 발표를 계기로 산부인과에서 돔페리돈을 처방하는 게 산모는 물론 신생아에게도 심장질환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의료계에서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1일자 성명을 통해 전 의원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돔페리돈 처방에 따른 우려를 제기해 의료인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약물 부작용 공포감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성명서 바로 가기>

소청과의사회는 "국내에서 처방하는 경우는 대부분 30mg 이하의 저용량 돔페리돈이며,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저용량 돔페리돈에 의한 심각한 유해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며 "돔페리돈 정제와 돔페리돈 말레산염의 식약처 허가사항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전혜숙 의원은 국감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소청과의사회는 성명서 내용에 전 의원이 약사 출신이란 점을 언급하며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내는 수호신인지, 아니면 무식하면서 용감한 저질 정치 쇼의 주인공인지 검증하자"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 의원이 소청과의사회의 성명서 내용을 반박하며, 일부 표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전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일부 동조자들은 돔페리돈이 마치 모유 촉진제로 허가된 약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불법 처방을 합법인양 선전해 돔페리돈 복용환자로부터 면피하려는 것"이라며 "금기약물로 관리되고 있는 돔페리돈을 복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환자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 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환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소청과의사회가 성명에서 돔페리돈 부작용 우려를 제기한 것이 '무식하면서 용감한 저질 정치 쇼'라고 비유한 것에 대해서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와 전혜숙 의원이 이렇게 돔페리돈 부작용 우려에 대한 공방이 커지면서 정작 혼란스러운 건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들이다.

모유량이 적어서 병원으로부터 돔페리돈 처방을 받았지만 신생아에게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산모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식약처에서 임부와 수유부에게 처방을 금기했는데 왜 산부인과에서는 이 약을 젖 분비를 촉진하는 최유제로 처방했을까? 돔페리돈은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에게 정말로 위험한 약일까?  외국에서는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처방하고 있을까?

돔페리돈 부작용 논란 공방의 팩트1. 모든 돔페리돈 약물이 임부·수유부에 처방 금기?

전혜숙 의원은 돔페리돈 약물은 임부와 수유부에 대해서 투여 금기로 허가사항에 반영돼 있는데 산부인과에서 이를 무시하고 산모에게 처방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반면 소청과의사회는 식약처가 수유모나 임산부에서 처방 금기로 지정한 약물은 '돔페리돈 정제'가 아니라 '돔페리돈말레산염 정제'라고 반박했고, 산부인과 처방한 것은 '돔페리돈 정제'라고 반박했다.

소청과의사회의 지적에 전혜숙 의원은 "돔페리돈 정제든 돔페리돈 말레산염이든 식약처는 둘 다 모두 태아에 위험성이 높아 주의해야 할 임부금기 성분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따져보기 위해 식약처가 돔페리돈 약물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해 봤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유럽의약품청(EMA)가 심장 관련 부작용 발생을 높일 수 있다며 돔페리돈 함유제제의 제한적 사용을 권고하자 2015년 1월 돔페리돈 성분 약물에 대해서 허가사항 변경을 지시했다.

당시 식약처는 돔페리돈말리산염을 비롯해 돔페리돈 정제·과립제·액제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허가사항 변경을 지시했다. 주요 변경 내용을 보면 성인 및 청소년에 대해서 1일 최대 복용량을 30mg으로 제한하고, 심장질환 부작용 우려를 고려해 노인환자와 심장질환 환자 또는 심장질환 병력을 가진 환자에게 신중히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신생아가 모유수유를 통해 돔페리돈에 노출될 경우 심장 문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주는 이익과 산모가 치료를 통해 받는 이익을 고려해 둘 중 하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모든 돔페리돈 약물에 대해서 임부 및 수유부 투여 금기를 하고 있느냐는 점인데, 식약처 허가사항을 보면 '돔페리돈말리산염'만 임부 및 수유부 투여 금기를 허가사항에 반영해 놓고 있다.

돔페리돈 정제와 액제, 과립자 등의 허가사항에는 임부와 수유부를 투여 금기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전혜숙 의원은 지난 7일자로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돔페리돈 약물이 임부와 수유부에게 투여 금기로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돔페리돈 정제의 허가사항 변경' 자료를 첨부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돔페리돈 정제가 아니라 돔페리돈말레산염 단일제에 관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식약처가 임부 및 수유부에게 투여를 금기한 약물은 돔페리돈말리산염 정제 뿐이다.

돔페리돈 부작용 논란 공방의 팩트2. 최유제로 허가받지 않았는데 산모에게 처방해도 괜찮나? 

또다른 쟁점은 소화관운동 개선제인 돔페리돈을 산모에게 최유제로 처방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점이다.

소청과의사회는 저용량의 돔페리돈은 다른 나라에서도 최유제로 처방하고 있고, 적절한 용량을 투여했을 경우 심장 관련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보고사례가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돔페리돈이 최유제로 적응증을 허가받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연구결과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이 약물을 최유제로 ‘오프라벨(Off-Label)’ 처방을 해 온 것이다.

반면 전혜숙 의원은 "허가사항 어디에도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사용토록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식약처는 부작용으로 ‘젖분비 과다, 젖분비 장애’ 등을 경고하고 있으며, 유럽의 어떤 나라도 돔페리돈을 모유촉진제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의 지적처럼 식약처가 허가한 돔페리돈의 적응증에 모유수유 촉진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산부인과에서 오프라벨 처방을 하는 걸 불법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여러 임상연구에서 돔페리돈이 유선조직에서 젖이 생산되도록 하는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을 증가시켜 유즙(모유) 분비를 촉진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문제는 적정 용량이다. 식약처가 돔페리돈 약물의 허가사항에 반영한 것처럼 1일 최대 30mg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 심장 관련 중대한 부작용 발생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심장 관련 부작용이 보고된 건 노인환자나 암환자에게 고용량을 정맥으로 투여하는 경우, 적정 용량을 훨씬 초과해 처방하는 경우에 한해서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0년 약물복용 문제로 고민하는 임신부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는 "현재 센터에서도 모유량이 적은 산모들에게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도 돔페리돈이 유즙 분비를 촉진한다는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돔페리돈을 하루 30mg을 초과해 처방하지 않는다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북미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도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산모의 상태에 따라 적정 용량을 가려서 최유제로 처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소청과의사회가 주장한 것처럼 산부인과에서 저용량의 돔페리돈을 하루 30mg 이하로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 부작용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돔페리돈 부작용 논란 공방의 팩트3. 외국에서는 어떻게?

소청과의사회는 캐나다,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지금도 저용량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처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전혜숙 의원은 유럽의 어떤 나라 의약품 규제당국도 돔페리돈을 모유촉진제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단 양측의 주장이 모두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외국에서도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처방하지만 그렇다고 의약품 규제당국으로부터 최유제로 적응증을 허가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에서도 돔페리돈의 모유분비 촉진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허가한 적응증 이외의 오프라벨 처방을 하고 있다.

임신여성과 의료인들에게 안전한 약물사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캐나다의 '마더리스크프로그램'에서 지난 2012년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논문 3개를 활용해 메타분석을 한 결과, 위약 처방군과 비교해 돔페리돈 처방군의 모유 분비량이 평균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 바로 가기>

미국에서도 FDA가 지난 2004년 이 약물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런 조치가 적절한가를 놓고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의 '모유수유 아카데미'(Academy of Breastfeeding Medicine)에서 5년마다 작성하는 '모유수유 아카데미 임상 프로토콜' 가이드라인을 보면 돔페리돈을 최유제로 처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BM은 지난 2011년 개정한 모유수유 아카데미 임상 프로토콜을 통해 "관련 연구에서 유축기에 의존하고 있는 신생아집중치료실 내 31주 미만 미숙아 엄마들에서 모유생성률 증가하는 효과를 보인다"며 "최대 권장 용량을 초과해 권하지 않으며, 미국에서는 모유수유 여성에게 돔페리돈 사용을 금하는 경보를 FDA에서 발표했다"고 설명해 놓았다.

이와 관련 한정열 교수는 "미국에서도 이 약물을 판매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적정 용량의 사용이다. 적정 용량을 투여해 최유제로 사용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유익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