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T 전문가 장관·기재부 출신 차관·산자부 출신 보건산업국장…보건산업정책국 조직 대대적 확대

[라포르시안]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실현의 원동력으로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지목하고, 이를 위한 각종 지원정책과 규제완화를 쉴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아이콘이 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와 우려 제기에도 불구하고 법개정과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각종 정책자료에서 '의료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제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심지어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보건복지'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부처인지,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주업무로 하는 부처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경질된 문형표 전 장관의 후임으로 의사출신이면서 의료IT와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 관심이 높은 정진엽 장관을 임명했다.

곧이어 10월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방문규 차관을 임명한 데 이어  산자부 출신인 이동욱 보건산업정책국장을 연달아 임명했다.

이동욱 보건산업정책국장은 20년 넘게 산자부에서 공직생활을 해 온 인물로, MB정부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설한 성장동력실의 성장동력정책과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전담하는 부처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더 심각한 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일부개정령안'이다.

직제개정령이 시행에 들어가면 복지부에서 보건산업정책과 보건의료기술에 관한 전반적인 계획수립과 조정업무 등을 담당하는 보건산업정책국에 해외의료사업지원관과 '해외의료사업과'가 신설된다.

국장급 직위로 신설되는 해외의료사업지원관은 ▲보건의료산업의 해외진출 촉진 및 지원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 및 기반 구축 ▲의료 해외진출 등의 업무를 전담한다.

신설되는 해외의료사업과는 ▲아시아·미주 지역에 대한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사업 육성·지원 ▲해외의료사업 관련 민·관협력과 조사·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2개 조직을 신설하면서 보건산업정책국 내 이미 설치된 해외의료진출지원과는 ‘해외의료총괄과’로 변경되고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에 유치에 관한 사항과 중동·유럽·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업무분장이 이뤄진다.

직제개정에 따라 보건산업정책국에는 국장급 1명과 과장급 등 8명의 1명, 과장급 등 8명의 인력이 추가된다. 현재 보건산업정책국의 인력이 58명인데, 해외의료사업과가 신설돼 8명의 인력이 추가되면 총원이 66명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보건산업정책국에는 2명의 국장과 6개 과를 두게 돼 복지부내 5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이 된다.

▲ 직제개정이 시행될 경우 보건산업정책국은 2명의 국장급과 아래에 6개과를 두게 된다. 인력도 70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 복지부 내 5국 중에서 조직 규모가 가장 커진다.

현재 복지부 내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육성·발전과 재정안정화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건강보험정책국이 보험정책과와 보헙급여과 등 4개과에 56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또 국민의 건강증진사업을 총괄하는 건강정책국은 4개과에 총원이 50명에 못 미친다.

특히 이번 직제개정에 따라 복지부 내에서 해외의료사업과 외국인환자 유치를 담당하는 인력은 기존 해외의료진출지원과(현 16명)와 신설되는 해외의료사업지원관과 해외의료사업과의 8명, 그리고 보건산업정책과 내에서 해외환자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 등을 합하면 30여명에 달한다. .

이 정도면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의료산업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올해 초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해외 의료진출이라는 명목도 신기루일 뿐으로 과장된 추측에 근거한 의료진출론을 빌미로 국내 원격의료와 민영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등을 획책하는 것은 꼼수 의료민영화에 불과하다"며 "박근혜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의료산업부로 전락시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부터 복지부가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고 산자부가 추진해야 할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는 복지부의 실세가 장관이 아니라 기재부 출신의 차관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며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법' 제정에 따른 직제개정이라고 해도 복지부 내에서 의료산업 육성과 관련된 조직 규모가 너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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