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중상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법안 처리 촉구…與 의원 대표발의, 與 의원들 반대로 제동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사망 또는 중상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라포르시안]  의료사고 피해자 유족과 (사)소비자시민모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망과 중상해를 포함한 의료사고에 대해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적용을 위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팔 골절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받았다가 마취에서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숨진 고 서지유(9)양의 아버지,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후 뇌사상태에 빠진 김기석(16)군의 아버지, 코피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도착한 지 7시간 만에 사망한 전예강(9)양의 어머니, 그리고 항암제인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사망한 정종현(9) 군의 어머니가 참석했다.

고 전예강 양의 유족과 환자단체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의 적용 범위를 '사망'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며 "사망 의료사고의 경우 유족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보다는 법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유족이 장례를 치르거나 조정절차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채무부존재확인 형태로 먼저 조정신청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망 의료사고가 전체 의료사고 비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서 ‘사망 또는 중상해’를 포함하는 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의 적용범위와 관련해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절차 자동개시 적용 대상에 '중상해'를 포함하더라도 의료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유족과 환자단체는 "'중상해'의 개념은 의료분쟁조정법, 형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에 규정된 법률적 용어이기 때문에 판단이 가능하고 이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의 요건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중상해의 구체적 범위는 의료계와 시민·소비자·환자단체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국회 법사위가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사망 또는 중상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제도를 신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조정 개시 대상을 ‘사망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규정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지난 2월 복지위 의결을 거쳐 법사위로 상정됐다.  

그러나 지난 4월 28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이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자체에 반대하거나 자동개시 대상에서 중상해를 빼고 사망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소속 김정록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이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일 고(故) 신해철씨 부인 윤원희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인데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다.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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